제489장

서정희는 염정훈의 품에 꼭 안겼고, 그때서야 염정훈 뒤에 키 크고 잘생긴 남자 몇 명이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아한 백경택, 신사적인 차연준, 또 가면으로 반쪽 얼굴을 가린 차가운 남자도 있는데 염정훈이 언급한 선문빈인 것 같다. 양한서와 포토그래퍼 여승준도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정희는 할 수 없이 하고 싶었던 말을 삼켰다. 염정훈한테 불만이 많지만 사람들 앞에서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다. 이때 하얀 드레스를 입은 진아영이 사람을 뚫고 걸어나왔다. 그녀도 이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듯 표정이 매우 복잡했다. 서정희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뭐하는 거야?” 염정훈은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정희야, 너한테 결혼식을 차려주고 싶었어.” 이 말을 들은 서정희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분노가 치밀었다. 도대체 자신을 뭘로 보고 이러는 건가? 둘 사이의 갈등이 고작 결혼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백지연과 결혼하기 전날에 자신과 결혼식을 올린다니, 서정희는 그저 모든게 가소로웠다. 그녀는 강선화와 염화진 일 때문에 여기에 온거지 이런 장난을 하러 온 게 아니다. 서정희는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억지로 손을 빼려고 했다. 염정훈은 그녀의 손을 세게 잡고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로 속삭였다. “정희야, 가만히 있어.” “염정훈, 너랑 장난 칠 기분이 아니야.” “정희야, 나 이 날만 기다렸어. 진심이야.” “네 진심을 내가 꼭 받아들여야 해? 놔,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게 하지 마.” 옆에 서있는 백경택이 웃으며 권했다. “제수씨, 남자가 잘못을 저지를 때 그냥 무릎을 꿇게 내버려 둬.” 차연준도 이를 동의했다. “맞아. 네가 만족할 때까지 우리도 옆에서 도울게.”  서정희는 부자집 딸의 교양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염정훈과 싸우기 싫었고 그들의 말에 그저 당황했다.  사람들은 둘의 현재 관계를 알지 못했고 아마도 자신이 염정훈과 투정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설명도 하지 못하고 매우 답답했다. 염정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