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0장
서제평이 부채를 흔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빠가 물어볼게. 아빠가 엄마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아빠는 또 뭘 얻을 수 있었을까?”
서정희는 말이 없었다. 서제평이 말을 이었다. “내가 얻는 건 원망과 정신적 폭력이겠지. 네 엄마는 날 욕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매일 매일 나를 원망하고 불공정한 세상을 원망하겠지. 네 엄마 눈에는 빛이 없고 입가에 웃음도 사라지고. 내가 그 사람을 얻었다 해서 마음까지 얻는 건 아니잖아. 그저 화목해 보이지만 이미 망가져버린 가정을 얻을 수 밖에 없겠지. 널 데리고 있는 것도 조심스러워 해야되고.”
“난 네가 조심스럽게 네 엄마 이쁨을 받으려고 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그렇게 어린 아이가, 다른 아이들은 먹고 자고 하는 것 외에는 신경 쓸 것도 없는데, 넌 네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기만 했잖아. 결국엔 이쁨도 못 받고. 이렇게 내적 소모가 심한 가정에서, 총성 없는 전쟁터 같은 집안에서 너도 얼마 가지 않아 그 사람처럼 변했을 거야.”
“공작새가 아름다운 건 드넓은 땅을 가졌기 때문이야. 작은 우리에 가두어 두면 꼬리를 펼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름다움을 알리겠어.”
“내가 그 사람을 놓아준다면 날 사랑하진 않아도 미워하지도 않겠지. 그 사람은 행복과 기쁨을 얻었고 나도 정신적 만족을 얻었어.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너한테 엄마가 없어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 세상에 모든 것이 다 결과가 있는 게 아니란다. 노력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무엇을 포기하는가에 달렸지.”
서정희는 그때의 상황을 상상했다. 지금 그녀가 염정훈 곁에 있는 것과 같았다.
“아빠. 아빠는 엄마 많이 사랑했어?”
“그럼. 엄청 사랑했지. 첫 눈에 반했어. 네 엄마는 하늘의 달빛처럼 맑고 고결한 사람이었어. 네 엄마는 다 좋은데, 날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야.”
“우연히 네 엄마랑 결혼하게 되어 최선을 다해 사랑해줬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네 엄마 마음을 돌릴 수 없었잖니. 그래서 놓아줬어. 엄마가 잘 지낸다는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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