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7장

서정희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염정훈은 일분일초가 고통이었다. 그는 또다시 서정희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마음속 괴물을 최대한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온 힘을 다해 참고 있어도 가슴 속의 분노는 점점 더 커졌고 질투는 점점 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 이 아이가 왜 자기 아이가 아닌지 묻고 또 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진영은 염정훈의 팔에 붕대를 감으며 그를 타일렀다. “염 대표님, 진정하세요. 더 이상 스스로 상처 주는 일 하지 마세요.” 염정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진영아, 너라면 어떻게 할 꺼야?” “염 대표님, 저는 아직 아내가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표님에게 감히 함부로 제 의견을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염정훈은 지금, 이 순간 마치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차와 사람 모두 전복될 상태라는 것을 진영은 잘 알고 있었다. 감히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서정희와 염정훈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 역시 염화진이었기 때문이다. 열 손가락 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듯이 염화진이 아무리 못돼먹어도 그녀는 염정훈이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수년간 찾아다닌 동생이다. 염화진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이상 서정희는 영원히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모님이 지난번에도 아이를 잃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마음을 가다듬으셨습니다.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아이의 목숨을 본인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시는데... 만약 대표님이 아이를 함부로 건드리려 한다면 아마...” 진영은 지금 이 상황이 왠지 점점 더 극단적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예감에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알아, 당연히 알지.” 염정훈도 차안심에게서 서정희가 그동안 어떻게 버텨왔는지 들었다. 서정희는 그 누구보다 지금 배 속의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