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1장

염정훈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버님, 제가 잘못을 저질러서 정희의 마음을 상하게 했어요. 그런데 걱정 마세요. 제가 노력해서 정희가 저를 용서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럼 그렇지. 정희에 대한 네 맘이 변할 리가 없지.” 염정훈의 태도를 보자 서재평은 비로소 시름을 놓았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까지 하는 건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야. 너희 두 사람이 이 인연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 “네, 아버님. 저 정희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서재평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발 마사지는 네가 손수 않아도 돼. 대기업 대표라는 사람이 이러면 사람들이 웃어.” “제가 제 아버지께 효도하는 건데, 누가 뭐라겠어요. 아버님은 여기서 마음 편히 요양하시면 돼요. 다른 건 제게 맡기세요. 장미꽃이 싫으시면, 제가 사람들을 시켜 난초를 가져오라고 했어요. 발이 좀 나으시면 제가 좋은 데로 모실게요.” “그래. 네가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흡족해.” 염정훈이 서재평의 방에서 나올 때 시간은 이미 열 시가 다 되었다. 하지만 서정희의 방에는 여전히 불빛이 있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서정희가 의학 책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염정훈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불빛을 환하게 조절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어두우면 눈이 상해.” 서정희는 책을 덮으면서 염정훈을 째려봤다. 그리고 바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눕고,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꼴도 보기 싫다는 의미다.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떠났을 그가 오늘은 떠나지 않았다. 서정희는 그가 침대에 앉은 것이 느껴졌다. 염정훈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정희야, 나 백지연이랑 결혼해.” “알고 있어. 내가 당신 엄마도 아니고,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시간이 좀 지나자, 서정희는 숨이 막혀서 이불을 젖히고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염정훈의 쓸쓸한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얼른 싹트는 동정심을 싹둑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