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8장

염정훈은 그의 품에 안겨 겨우 숨을 쉬고 있는 염화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많이 다쳤음에도 두 입꼬리를 양옆으로 올리며 마치 전쟁에서 이긴 장군처럼 한마디 했다. “오빠, 내가 이겼어.”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염정훈의 품에 안겨 그대로 쓰러졌다. 염정훈 또한 자신이 영원히 서정희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순간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서시우 역시 염정훈이 서정희를 다치게 할 줄 몰랐고 정원정 또한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녀를 보며 외쳤다. “정희 누나, 누나 손!” “원정아, 나 괜찮아.” “이게 어떻게 괜찮아요? 누나, 의사가 되고 싶다면서요. 그런데 손을 다치면 평생 어떻게 하려고요?” 정원정은 다급히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원정은 그때 서정희가 의사가 되겠다는 말에 그도 이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정희가 이제 이렇게 돼버렸으니... “의사...” 누워 있는 서정희는 천천히 입꼬리를 위로 치켜올렸다. 예전에 그녀는 정말로 좋은 의사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염정훈이 그녀의 꿈을 망쳤고 그녀는 그와 결혼해서 가정부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번에 염정훈은 그녀의 손을 망가뜨렸고 또 한 번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염정훈을 생각하면 할수록 서정희는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고 그 상처는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다. “안 할래.” 서정희는 눈을 감은 채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두 번 다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 안 할 거야.” 서정희는 한 번도 등 뒤에서 자신에게 칼을 꽂는 사람이 염정훈일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서시우는 애절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서정희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막막했다. 분명히 서정희와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데 서시우는 항상 그녀를 도우려고 했다. 자기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이지만 서정희는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정희 씨, 조금만 참아요. 총알을 뽑아줄게요.” “네.” 서정희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