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그가 차에 오를 때까지 계속 세는데도 그는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에게 잊힌 서정희는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차가운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이 처음보다 적어지긴 했지만, 그녀는 이미 많이 허약해진 상태였고 조금 전 콰당하고 넘어지면서 온몸의 뼈가 바스러진 것만 같았다.
진영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염정훈을 데려 주러 갔다. 전엔 장미란이라도 있었지, 아주머니가 떠난 지금 이토록 큰 별장엔 공허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작은 눈송이가 포슬포슬 내려왔고 사방으로 차디찬 한기가 몰려와 그녀는 어느새 손발이 꽁꽁 얼고 말았다.
서정희는 땅바닥에 누운 채 누구든 그녀를 구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가방이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핸드폰을 꺼내기 위해 몸을 돌릴 기력조차도 그녀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무력하게 흩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너무 추워 감각을 잃은 볼을 타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팔백팔십오, 팔백팔십육...”
얼마나 지났을까, 숫자를 천삼십팔까지 셌을 때 서정희는 몸이 문득 편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는 그제야 다른 한 손으로 땅을 짚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그녀의 온몸은 엄동설한의 추위에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부른 차가 도착했을 때는 루돌프의 코처럼 코가 빨개졌고 케모포트를 삽입한 팔은 들지 못한 채 다른 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따뜻한 입김을 불었다.
“아가씨, 추운데 혼자 병원에 가시는 거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엔 각별히 조심하셔야 해요. 얼굴도 예쁘셔서 가족과 동행하는 게 좋은데... 요즘들어 혼자 다니는 젊은 아가씨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잖아요.”
기사는 그녀가 늦은 시간 혼자 병원에 가려는 것을 보고 주의를 주었다.
서정희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차 안의 따뜻한 히터 바람에 차갑게 얼었던 몸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기사님. 곧 가족이 올 거예요.”
그녀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이 세상에 무슨 혈육이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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