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장

백지연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사실 요즘 그녀도 자신이 하마터면 변선희를 죽일 뻔한 것에 많이 반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번 다시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오늘 특별히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이유도 변선희에게 사과하기 위함이었는데...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백선이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어찌 알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백선과의 사이까지 틀어지게 되었다. 백지연은 그저 억울한 마음에 눈물만 펑펑 쏟았다. 염정훈도 더 이상 그녀를 예전처럼 인내심 있게 대하지 않았다. 지성의 모든 가치를 없애버린 백지연을 염정훈은 이제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했고 그녀를 보는 것조차 지긋지긋해진 것 같았다. 염정훈은 말로는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도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염정훈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친아빠마저 그녀에 대한 예전의 그 믿음이 없었다. 지금의 백선이 백지연을 보는 눈빛은 오직 실망뿐이었다. 분명 전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그녀가 지금은 어떡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백지연은 백씨 저택으로 돌아가 울며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아빠도 서정희 그 천한 년 때문에 저를 때리고 서정희를 딸로 삼고 싶다고 하세요.” 그 말에 백 어르신은 화가 나서 책상을 치며 언성을 높였다. “정말 어리석네! 두 모녀를 감싸느라 자기 친딸도 필요 없다는 거야? 정말 웃겨!” 백지연은 더욱 애처로운 얼굴로 말했다. “아빠는 물론 정훈 씨도 저를 다시 만나려 하지 않아요. 이게 다 서정희 그 천한 년 때문이에요! 할아버지가 얘기 좀 해주세요. 그 년이 있는 한 정훈 씨는 두 번 다시 저를 만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백 어르신은 백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착한 손녀, 울지 마. 이 할아버지가 널 예뻐하잖니.” 서정희를 언급할 때마다 백 어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천한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