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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장

캄캄한 방안은 염정훈이 좀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블라인드까지 단단히 쳐져 있었다. 서정희는 천천히 커튼 틈을 벌려 방 안에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오게 했다. 그녀는 조심조심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염정훈의 경각심으로 예전 같으면 분명 인기척을 듣고 바로 눈을 떴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그 옆에는 다 맞은 링거가 놓여 있었다. 서정희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아직 열이 내리지 않았다. 항상 몸이 튼튼했던 염정훈은 평소에도 이렇게 아픈 적이 거의 없다. 염화진의 일은 아무래도 염정훈이 깨어난 후 말해야 할 것 같다. 이마에 짚었던 손을 떼자마자 그녀의 손목이 큰 손에 잡히더니 앞으로 세게 당겨졌고 순간 그녀는 남자의 품 안으로 넘어졌다. 서정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가지 마.” 그와 눈을 마주친 서정희는 방에 비치는 한줄기 옅은 빛을 통해 그의 빨개진 눈시울을 보고 그가 마치 불쌍한 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서정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염정훈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품에 안긴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염정훈은 흐뭇한 듯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고 그러자 뜨거운 기운이 사방에서 그녀를 감싸며 불편하게 만들었다. 너무 오랜만에 염정훈과 이렇게 다정한 자세로 누워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옛 애인이라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그녀로 하여금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 “힘 좀 풀어. 나 숨이 안 쉬어져.” 서정희가 낮은 소리로 반항했다. 반쯤 잠에서 깬 듯한 염정훈은 손을 놓기는커녕 그녀를 더 꼭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정희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날 떠나지 마.” 이런 말들은 지금은 물론이고 예전에 들어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염정훈이 본인이 잘못했다는 말을 한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염정훈은 힘없는 아이처럼 본인이 잘못했다면서 자기를 떠나지 말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렸다. 서정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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