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장
염정훈의 울대가 흔들렸다.
“그래.”
이건 일 년여 만에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서로 긴장을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서정희는 과거처럼 그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염정훈은 손을 움찔했지만 끝내는 옆에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차는 염정훈의 회사로 향했다. 염정훈은 진상정에게 서정희를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지시했다.
서정희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서제평은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고 이미 일반 병실로 옮긴 뒤였다.
간병인을 보낸 서정희는 직접 뜨거운 물을 받아 그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며 중얼거렸다.
“아빠, 나 아빠 비밀을 알게 됐어. 그게 다 가짜였으면 좋겠어. 얼른 일어나서 아니라고 해주면 안 돼? 그런 짓 한 적 없다고, 강선화를 죽인 적 없다고 해 줘.”
“아빠, 나 위암이야. 염정훈은 몰라. 모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내 목숨으로 이 빚을 갚으면 원한들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난 평생을 순조롭게, 아빠 사랑을 받으며 자랐어서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든 아빠는 영원히 내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야. 아빠가 진 빚은 내가 대신 갚아줄게.”
“아빠가 깨어있으면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하지만 이젠 도무지 방법이 없어. 나 그 사람 사랑해. 8년 전에 눈길 한 번에 사랑에 빠졌단 말이야. 마지막으로 딱 한 달밖에 없다고 해도, 난 기꺼이 빠져들고 싶어…”
서정희는 병실 침대 앞에 앉아 종알종알 많은 말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 세상에 남아있을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서정희는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염정훈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 약속했다면 절대로 어기지 않을 것이다.
막 집에 도착하니 서정희는 마당에서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백지연을 마주쳤다.
그녀는 서정희를 사납게 노려봤다.
“아직까지도 정훈이가 너한테 돌아갈 줄 알아? 서정희, 그만 포기해.”
서정희는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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