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9장

변선희는 위독 상태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더 허약해졌다. 백선은 그녀의 손을 잡고 뼈밖에 남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선희야, 미안해. 내가 지연이를 잘못 키웠어.” 자신이 병실에 들어서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상상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백선은 알았다. 아니면 이토록 화낼 변선희가 아니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에 애써 웃음을 띠우면서 말했다. “여보, 괜찮아. 나 멀쩡하잖아. 그리고 지연이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 아직 애잖아.” “애가 둘이나 있어. 애긴. 내 딸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알아. 자기 엄마 일이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변선희는 백선의 손을 잡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그렇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 얼마나 힘들었겠어. 나를 미워하는 건 당연해. 나 지연이를 미워하지 않아.” “가끔은 당신이 지연이를 미워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 마음이 좀 더 편할 거 같아. 앞으로는 병원에 오지 못하게 할 거야. 당신 꼭 무사해야해. 골수는 내가 어떻게든 찾을 거야.” 변선희는 의사로부터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 “내 생에 아쉬운 것도 이제는 없어.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 죽더라도......” 백선은 그녀의 입을 막으면서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 지금 의학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분명히 당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을 거야.” “남은 소원이 있다면, 그 애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 그리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 방금 전 생사를 오가는 긴급한 순간에 머릿속에 예전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중 많은 화면이 서정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밖에 없었다. “그 애한테 너무 많은 걸 빚졌어.” 백선은 눈물을 꾹 참고 약속했다. “걱정 마. 꼭 찾아올게.” ...... 날이 어둑어둑 해질 무렵, 염정훈이 회사에서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