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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염정훈은 하마터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소에 홀릴 뻔했지만 이성이 그를 단단히 현실로 잡아끌었다. 염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서정희, 또 무슨 수작이야?” 서정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수작질이 아니야. 그냥 3개월만 곁에 있어 주면 3개월 뒤에 백지연과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야.” 그때라면 생명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테니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었다. 염정훈은 서정희의 진지한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는 서정희가 점점 더 알 수 없어졌다. 완전히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자신을 더 미워할 줄 알았는데 무려 이런 결정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염정훈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봤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럼 영원히 이혼 서류에 사인하지 않을 거야. 나야 기다릴 수 있지만 네 그 첫사랑과 아이는 못 기다릴지도 모르겠네.” 서정희는 눈썹을 들썩이며 늘 그렇듯 막무가내인 모습을 했다. “딱 3개월이야. 3개월이 지나면 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A시를 떠난 뒤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야.” 염정훈은 코웃음을 쳤다. “네가 서제평을 내버려둘 수 있다고?” 이제 곧 죽을 텐데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서정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의사는 아버지가 깨어날 확률이 아주 미비하다고 했어. 식물인간이 된다면 어디서 지내든 다 똑같아.” 어쩌면 서정희는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날에 서제평을 안락사 시켜달라고 할 지도 몰랐다. 자신이 먼저 죽으면 서제평은 시신을 거둬줄 사람마저 없을지도 몰랐다. 만약 염정훈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바다에 버리기라도 하면 제대로 된 시체도 없어 저승에서 못 알아 볼 수도 있었다. 오히려 같이 손 잡고 가면 황천길에서 외롭지도 않을 것 같았다. 염정훈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오히려 백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훈아, 다 됐어?” 전에 몇 번이나 이혼이 실패로 돌아간 터라 백지연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적극적으론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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