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4장

화물선이 출항하려고 할 때 염정훈이 아슬아슬하게 항구에 도착했다. 진상정은 한 무리의 법무관을 이끌고 화물선에 올랐다. "이 화물선에 밀수품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세관에서 소환해서 검사 다시 해야하니까 오늘 출항 못합니다." 우둣머리의 상인이 급히 설명했다. "저기요. 다 규칙에 따라 등록을 마쳤고 제가 이 항로만 10년 넘게 다녔는데 어떻게 밀수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맞는지 아닌지는 검사를 해보면 알게 되겠지요. 비키세요." 곧 커다란 갑판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염정훈은 그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마치 신처럼 이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몇 일을 맡은 사람들을 훑어보았지만 그중에는 정원정이 없었다. 염정훈이 턱을 치켜들고 물었다. "정원정은?" "도련님이요? 그 고귀한 몸으로 어떻게 저희랑 같이 화물선에 오르신다고 그러세요? 농담도 참." 진상정이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하는 사람의 멱살을 잡았다. "시간 낭비 하지말고 이 배에 있는거 다 아니까 나오라고 그래." CCTV를 돌려보니 정원정이 탄 차는 두시간 전에 이미 항구에 도착했었다. "우리처럼 성실한 장사꾼들이 그쪽을 속여서 뭐하겠어요." 염정훈은 더 이상 능구렁이같은 사람들과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 선실로 곧장 들어갔다. "여기는 저희가 사는 방이라 화물이 없어요. 눈 버릴라, 들어가지 마세요." 진상정이 발로 걷어찼다. "꺼져." 염정훈이 성큼성큼 걸어가며 방문을 하나씩 걷어찼다. 서정희는 다시는 안 떠난다고 약속을 했으면서 몇 번이고 염정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결국 또 한번 약속을 어겼다. 서정희, 다 컸네. 남자랑 도망이나 가고. 염정훈은 서정희를 찾은 뒤 어떻게 해야 할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한 방 한 방 문을 걷어찰 때마다 염정훈의 미간은 점점 찌푸려졌다. 모두 선원들이 사는 곳으로 솔직히 볼품 없었다. 양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마지막 방 앞에 도착해 문을 걷어차니 방 안에는 뚱뚱한 여자 한 명만 있었다. 염정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