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장
강선화를 향한 염정훈의 마음은 자신이 서제평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
“서제평이 어쩌면 좋은 아버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절대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 그 위선적인 가면 아래에는 악마 같은 속을 가지고 있지. 정희야,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더는 숨기지 않을게.”
염정훈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은 채 양손으로 서정희의 얼굴을 감쌌다. 그의 얼굴에 병적이고 편집적인 미소가 번뜩였다.
“난 널 내 목숨처럼 여기며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너를 사랑했었지. 근데 네가 서제평의 유일한 딸인 걸 어쩌겠어. 난 지금 예전에 널 사랑했던만큼 증오하고 있어.”
염정훈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서정희는 왠지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와 백지연이 동시에 물에 빠진 그날, 일부러 백지연을 먼저 구해준 거였어? 우리의 아이로 네 동생의 아이 목숨값 갚으려고?”
“그래, 받은 대로 돌려주는 거지.”
서정희는 염정훈의 멱살을 덥석 잡았다. 눈물이 두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너 미친 거야? 그 아인 우리 두 사람의 아이야! 아직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는데, 그 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 앤 아무런 잘못도 없잖아!”
염정훈은 고개를 기울인 채 사악하게 웃었다.
“그럼 내 동생은 무슨 잘못인데? 내 동생 아이는 잘못이라도 한 거야?”
서정희는 흑화해 버린 염정훈을 쳐다봤다. 이 화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매듭이었다.
“염정훈, 동생을 잃은 네 아픔은 이해해…”
염정훈의 표정이 돌변하더니 날카롭게 외쳤다.
“넌 몰라! 똑같이 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 내 동생은 조산아라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 좋았어. 게다가 심장병도 있어서 온 가족이 아끼는 보물이었단 말이야. 얼마나 처참하게 죽었는데! 그렇게 꾸미길 좋아하던 애가, 내가 머리핀을 밟아서 더럽혀진 걸로 반나절을 속상해 있던 애가 끝내는 그런 꼴로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고.”
염정훈은 손을 뻗어 서정희의 얼굴을 조금씩 쓰다듬었다.
“넌 내가 무슨 마음으로 시신을 확인하러 갔는지 영원히 모를 거야. 흰 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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