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장

서정희는 갑판에 서서 성난 사자처럼 발작하는 염정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친 듯이 바다속으로 뛰어내려고 했고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결국 진상정과 진영이 힘을 모아 진정제를 찔러 넣어 염정훈을 멈추게 했다. 서정희는 멀리서 이 모든것을 지켜볼 뿐, 다른 생각은 없었다. 아이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지금의 염정훈보다 훨씬 더 울분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시신을 수색하는 사이 서정희는 몰래 자리를 떠났다. 엉망진창이 되고 곧 죽어가도 견디고 살아야만 한다. 살아야 자신과 죽은 아이를 위해 복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으니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온몸이 젖어 있었고 부드러운 손바닥은 밧줄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됐다. 상처는 피딱지로 되어 조금만 건드려도 심하게 아팠다. 위통은 하루종일 지속됬고 애써서 버티는 중이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거리를 맴도는 서정희는 다가오는 차를 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막았다. 눈부신 불빛이 비춰왔고 그녀는 차가 멈추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다. 서정희는 아주 긴 꿈을 꿨고 꿈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제3자의 시각으로 지켜봤다. 엄마에 대한 갈망도, 염정훈에 대한 깊은 사랑도 그 밧줄과 함께 끊어졌다. 그녀는 변선희가 자기를 포기하고 백지연을 선택하는 것을 또 한 번 직접 들었다. 서정희는 눈을 번쩍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야옹..." 모찌가 그녀의 품에 안겼고 방 안에는 좋은 향기가 났다. 소년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드디어 깨어났네요." 서정희는 눈 앞에 서있는 정원정을 바라보며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햇갈렸다. "원정아,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정원정은 급하게 대답했다. "누나, 낮에 정말 놀랐어요! 누나 찾으러 엘리베이터에 갔는데 부서진 핸드폰만 보였고, 갑자기 인터넷에 납치 소문으로 떠들썩하더니 피해자 한 명이 누나였던거예요.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누나는 모를거예요. 그러다가 염씨네 차를 따라서 누나를 찾으러 갔더니 길가에 쓰러진 누나를 우연히 보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