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장

아무 기대도 하지 않던 서정희도 그 말에 의아해했다. 그는 전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납치범도 그가 이렇게 대답해 자신의 계획을 망칠 줄은 몰랐다. 염정훈의 손에는 어느세 칼이 들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를 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당신이 둘을 납치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약혼식에서 꼭 한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그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어요. 둘은 놔줘요." "네 이자식, 미쳤어?" 백 어르신이 분노하며 외쳤다. "어서 이 자식을 말려!" 염정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막아." 진상전, 진영 뿐만 아니라 비서실의 네 사람도 동참하여 백 어르신의 사람들을 막았다. 여섯 명이 염정훈을 둘러쌌고 칼끝은 그의 가슴을 겨누었다. "정훈씨, 뭐하는 거에요? 어서 칼을 내려놔요!" 백지연은 몹시 당황했다. "서정희를 죽게 내버려둬요! 어차피 죽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납치범의 목소리도 변했다. "쓸데 없는 짓 하지마요. 당신이 자살할 거라고 믿을 것 같아요?" 염정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이며 칼끝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그의 행동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들도 같이 통증을 느낀것 같았고 그의 배짱에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염정훈은 평소 출근할 때랑 다를것 없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피가 하얀 셔츠에서 조금씩 번져나왔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나요? 둘을 놔줘요, 그럼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끝날게요." 덧 없는 생각이 서정희의 머리를 어지럽혀 그녀의 마음은 시끄러운 약혼식장처럼 혼란스러웠다. 염정훈이 자살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잔잔했던 마음이 그의 행동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졌고 서정희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도대체 왜?" 이것이 그녀가 잡힌 후 염정훈에게 한 첫 마디었다. "난 이미 포기했는데 도대체 왜 나를 구해주는거야?" 서정희는 보이지 않았지만 염정훈은 둘이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애정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희야, 사실 너한테 하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