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서정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염정훈이 예전에 그녀를 아껴주다 이제는 잔인하게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염정훈이 변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저 이런 모습을 이제서야 보게 된 것뿐이었다.
염정훈도 이러니, 서제평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서정희가 작은 목소리로 반론했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아버지는… 사람을 죽일 사람이 아니야.’
염정훈의 손가락이 천천히 서정희의 뺨을 스쳤다.
“정희야, 넌 참 순진해. 넌 내가 영원히 널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토록 다정하고 애정 가득한 목소리는 마치 염정훈이 여전히 그녀 곁에 있는 다정한 애인같이 들렸다. 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조금의 애정도 없었다.
염정훈은 서정희의 마음을 콕 짚었다. 그랬다, 그녀는 확실히 염정훈은 영원히 변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뉴스에 그가 백지연을 부축하면서 공항에 나타난 걸 보게 되었을 때, 현실은 서정희의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
염정훈이 계속 말을 이었다.
“계속 진실을 알고 싶어했잖아. 이 자리에서 알려줄게. 서제평은 그 아이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고, 화진과 가정을 이룰 생각은 더 없었어. 초기 3개월이 낙태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들은 그날 또다시 다툼이 있었고, 서제평은 실수로 화진이를 죽인 뒤 화진의 시체를 바닷속에 내던졌어.”
서정희는 잡힌 턱이 아팠다. 염정훈은 텅 빈 눈으로 계속 말했다.
“나한테 동생이라고는 화진이 하나뿐이야.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 아껴왔던 동생이라고. 만약 납치만 되지 않았다면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겠지. 화진이가 죽을 때 얼마나 처참했는지 알아?”
“만약 당시에 우리가 데이터베이스에 DNA를 남기지 않았다면 우린 화진이의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몰라. 뱃속에 이미 형체가 생긴 아이도, 화진이도 이제 겨우 몇살인데? 왜 화진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서정희는 그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이성을 잃은 염정훈이 그녀도 함께 죽여버릴까 봐 무서웠다.
염정훈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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