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장
서정희는 그제서야 종이박스를 안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맞은 켠에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여자가 걸어왔다. B팀 팀장이었다.
팔짱을 낀 그녀의 얼굴에는 경멸의 기색이 가득했다.
"내가 뭐라 그랬지? 몸으로 얻은 자리는 믿을 게 못된다고."
인간의 추악함은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사람이 단편적인 말만 듣고 악의를 품는 것에서 드러난다.
바로 손옥현처럼 말이다. 서정희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에 처한 서정희를 사지에 몰아넣었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있던 서정희는 몸을 곧게 세우며 화를 냈다. "화장실 보고 나서 입 안 닦았니? 말 더럽게 하는 것 좀 봐."
"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손옥현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서정희는 차갑게 그 눈빛에 맞섰다. "너 머리가 비었니? 너 나 알아? 왜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려서 욕 찾아 듣고 그래? 이번엔 잘 들었어? 이번에도 못 들었으면 사람 시켜서 네 묘비명에 똑똑히 새기라고 할게."
손옥현은 어찌됐든 한 팀의 팀장이었다. 그 어느 신입도 그녀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손옥현은 얼굴빛이 돌변했다.
서정희는 상대하기도 귀찮아 손옥현을 밀치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 건물을 나서니 날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정희는 구름 속으로 우뚝 솟은 건물을 돌아보았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꼭대기 층의 통유리창을 통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높이에서 그녀는 염정훈의 머리카락조차 볼 수 없었다.
마치 두 사람 사이의 거리처럼 애초부터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서정희는 억지미소를 지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힘들고 귀찮은 문제들을 결혼에 미루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온갖 자질구레한 잡동사니였다.
서정희는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외롭게 왔다 깔끔하게 떠났다.
이틀 간 서정희의 나날도 조용해졌다. 매일 오랜 시간 서제평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서정희의 치료 계획도 나왔다. 수술 후에 두 번의 약물 치료와 28번의 방사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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