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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서정희는 정말로 가면 갈수록 염정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분 전환이 책 넘기는 것보다도 빨랐다. 이혼하자는 것도 그였으면서 이혼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바뀌는 것도 그였다. 동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정신병에 걸린 게 아니면 갱년기라도 찾아온 게 아닌가 싶었다. 염정훈이 다 씻고 떠날 때에도 서정희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그를 등지고 있었다. 전처럼 상냥하게 붙어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차가운 문소리만 들려왔다. 서정희는 자기 몸이 너무 허약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딱히 반항하지 않았다. 이 결혼 생활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건 오직 열정적인 장미란뿐이었다. 그녀는 매일 앞치마를 두른 채 뒤집개를 들고 정성껏 맛있는 것들을 해주었다. “사모님, 저 오늘 몸보신에 좋은 삼계탕 했어요. 많이 드세요.” 서정희는 온화하게 웃었다. “이모님, 저 생선국 좀 많이 끓여주세요.” “알겠어요.” 장미란은 바깥의 날씨를 쳐다봤다. “눈이 마당을 다 덮었네요. 나가서 안 노세요? 전에 도련님이랑 같이 눈싸움하는 걸 좋아했던 게 기억 나네요. 남녀 사이라는 게 한번 싸우고 다투고 나면 좋아지는 거잖아요.” “안 갈래요. 좀 더 자려고요.” 장미란은 그녀 대신 문을 닫아주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의 서정희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몹시 활발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서리 맞은 가지처럼 기운이 없어 보이고 대문은 커녕 안방의 문도 잘 나서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서정희가 염정훈과 시위하는 거라고 생각하며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며칠을 누워있으니 불편했던 몸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매일 다량의 단백질과 몸보신에 좋은 음식들을 먹는 것은 다 백혈구와 적혈구의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염정훈은 매일 집에 와서 잠을 자지만 두 사람은 조금의 교류도 없었다. 밤에는 두 사람 사이에 은하라도 있는 듯 서로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오늘은 몸이 며칠 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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