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서정희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 한참 동안 굳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 이렇게 취한 건지, 두 사람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것처럼 그는 습관적으로 서정희를 품에 안았다.
서정희는 그렇게 염정훈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익숙하고도 따뜻한 품은 서정희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되어 다가왔다.
서정희는 이성을 유지하며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염정훈은 그녀의 손가락을 잡아채 입가에 대고 뽀뽀했다.
뜨거운 입술이 손등을 스치며 작게 중얼거렸다.
“여보, 어디 갔었어? 한참을 찾았는데.”
서정희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후드득 떨궜다. 평생 흘릴 눈물을 1년 사이에 죄 흘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슬픔을 누르며 말했다.
“네가 날 밀어낸 거잖아.”
“헛소리.”
염정훈은 그녀를 품에 더 단단히 안았다. 술기운이 가득한 입맞춤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평생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넌데 아까워서 밀어냈을 리가?”
서정희는 그를 밀어내며 물었다.
“염정훈, 내가 누군지 똑바로 봐.”
방안은 불을 켜지 않아 어두웠지만 커튼을 닫지 않은 탓에 마당에서부터 비치는 미약한 불빛이 서정희의 얼굴에 뿌려졌다. 염정훈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했다.
“여보, 혹시 잠이 덜 깼어?”
그는 몸을 숙이며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정희야, 울지 마. 누가 괴롭혔어. 내가 다 때려죽여 줄게!”
아이 같은 말에 서정희는 더 서럽게 울었다. 도대체 얼마를 마셨기에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조금이라도 정신이 맑았다면 원한을 잊은 채 이렇게 유치한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서정희는 머리를 그의 품에 묻으며 코를 훌쩍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염정훈, 만약 내가 죽게 되면 넌 어떡할 거야?”
“또 헛소리, 네가 왜 죽어?”
“사람은 다 죽어. 생로병사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럼 너랑 같이 죽을 거야. 살아서는 같은 침대에서 자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힐 거야.”
서정희는 그의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어이가 없다는 듯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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