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장

그녀는 자신이 정말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 순간이 다가오니 그녀는 자신의 세계에서 이 남자를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 수년간 유지해온 사랑을 고작 2,3 개월 만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무릎을 껴안고 머리를 무릎에 얹은 채 염정훈이 백지연과 섹스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그녀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날은 밝아졌고 그녀는 그렇게 부엉이가 떠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서정희는 차가운 옆자리를 보면서 처참하게 웃었다. 침대장에 있는 핸드폰이 울리자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변선희의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서정희가 좋아하는 아침을 차렸다고 또한 백선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며 서정희를 여러번 요청했다. 서정희는 차가운 태도로 전화를 끊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엄마가 해준 아침을 못 먹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기억속의 변선희는 그야말로 현모양처 그자체였고 요리도 엄청 잘했다. 해준 적은 많이 없지만 서정희는 매번 그녀의 요리실력에 놀라곤 했다. 정신을 차린 순간 그녀는 이미 백씨 저택에 도착했다. 하인이 그녀를 정중하게 맞이했고 변선희는 언제나처럼 우아했다. 그동안 몇 번 만났는데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 보니 백선이 그녀한테 잘해주는 것 같다. 서제평의 곁에 있을 때는 웃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은 표정만 봐도 안다는데 그녀는 당시 서제평도 자신도 차갑게 대했고 요리도 기분 좋을 때만 했다. 서정희는 어릴 때부터 부모 사이의 차가운 분위기를 감지해 가능한 착하게 자랐다. 아무리 엄마가 해준 요리를 좋아하고 매번 학부모 회의에 참석해줬으면 해도 그녀는 단 한 번도 강요하지 않았다. 시험을 조금만 더 잘 보고, 말을 더 잘 들으면 엄마, 아빠 사이가 좋아지고 생일 때 놀이공원에 같이 가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를 맞이한 건 결국 이별이었다. 변선희는 현관에 서있는 그녀를 보고 급히 다가와 손을 잡았다. “정희구나, 얼른 들어와. 배고팠지, 아침 해뒀으니 어서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