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2장
서정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태경이 고사라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됐었다.
다들 아직 밥을 먹지 않아 식사하러 한 레스토랑에 같이 들어갔다.
원수지간인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날이 서있지 않았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 같았다.
심태경이 또 수를 쓸까 마음이 놓이지 않은 염정훈은 직접 파인애플 밥을 만들었다.
서시월은 이미 이곳 섬 특산물 한상 가득 차려 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소희는 심태경이 나쁜 짓을 할까 유심히 지켜보았다.
서정희와 염정훈은 실력이 뛰어난 고사들은 모두 악랄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태경이 고사라는 걸 안 순간 고사에 대한 인식이 180도로 바뀌었다.
서정희가 알고 있는 고사는 그때 그 마을의 촌민들 뿐이었다. 비록 뒤떨어진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누구보다 순박한 마음으로 이 특별한 기술을 대대로 전수하고 있었다.
멀쩡한 성인군자의 모습을 한 심태경은 겉으로만 봐서는 고사와는 조금의 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심태경은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볶음밥에서 서시월이 싫어하는 파를 골라내고 있었다.
“내가 파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 너 일부러 그랬지.”
“미안. 파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주방에서 깜빡했나 봐. 다른 거 많이 먹어. 국도 좀 마시고.”
“싫어. 난 딱 새우볶음밥 먹을래. 파 다 빼내.”
“알았어. 국 먼저 먹고 있어.”
서정희는 턱을 괴고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보니 사실은 서시월이 고사이고 일종의 흑주술인 강두술을 심태경에게 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한쪽은 드셌고 한쪽은 나약했다.
나약한 심태경이 서시월을 위해 자신도 위험할 것을 뻔히 알고도 그렇게 독한 고충을 사용했을 거란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다.
해가 조금씩 지고 있었다.
염정훈이 손을 뻗어 서정희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뭘 그렇게 봐?”
“오늘 노을 너무 이쁘다.”
“그러게.”
이렇게 예쁜 노을을 내일 또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서시월은 무조건 후수를 남겨두고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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