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장

서정희는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최근 수없이도 염정훈이 자신을 잡았을 때의 광경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유독...... 지금의 광경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염정훈은 마치 사막에서 갈증이 날 때로 난 야수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 마냥 행여나 사라질까 봐 조심스레 입 맞추면서 그 맛을 느끼고 있었다. 서정희는 심장이 요동쳤다. 남자의 떨리는 속눈썹이 눈빛을 가려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드러움이 염정훈의 몸짓에서 드러났다. 눈앞의 상황에 어리벙벙해져 멍 때리고 있을 그때, 염정훈은 그녀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자 엄청난 통증이 전율처럼 느껴졌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놈 생각하는 거야?” 하늘에 맹세코 지금 이 순간 서정희의 머릿속에는 온통 염정훈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을꼬. 서정희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 몇 번 더 말해야 믿어줄 거야? 우리는 그저 친구라고.” 염정훈은 피식 비웃었다. 이미 바람난 아내로 찍힌 이상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불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가 갈수록 삐딱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서정희의 얼굴을 만지면서 목소리를 한껏 깔았다. “그 놈 혹시 당신한테 뭔 짓 한 건 아니지?” 염정훈이 차마 이런 말을 꺼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서정희는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정했다. “그런 적 없어. 당신 적당히 해.” 염정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서정희에게는 칼에 심장이 베이는 듯한 아픔이었다. 몸에 난 상처들은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 놈 당신 손을 만졌잖아.” 염정훈은 고집스러운 아이마냥 손을 아래로 떨구어 서정희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락락에 꽉 끼워 넣었다. 서정희는 입을 벌였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닫았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애써 자신의 정서를 눅잦히면서 최대한 염정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서정희의 타협하는 모습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