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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장

초췌한 서시월에 비해 서정희는 늠름하고 화사하기까지 했다. 서시월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괜찮다고? 심장 고독이 걸렸으니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아파야 하는 것이 맞는데...” “실망시켜서 죄송하네요. 나는 별로 아프지 않았어요. 하지만 서시월 씨는 어젯밤에 너무 아파서 미칠 뻔했다고 들었어요.” 서시월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사람은 몇 년 동안 연구해 낸 새로운 고독이라고 했다. 서정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서시월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카드이다. 신분이 탄로 나면 적어도 서정희를 빌미로 다른 사람이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말이다. 하지만 인제 보니 서정희는 고충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서시월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 서정희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달이 제일 둥근 밤마다 지난밤의 고통을 한 번 또 한 번 겪게 될 거예요. 고통도 점차 증가할 것이고요. 나는 상관없어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서시월 씨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매번 더 고통스러울 거라는 말에 서시월은 공포에 질렸다. 이틀 사이에 살이 많이 빠졌다. 만약 보름이 며칠 동안 연속 이어진다면 아마 살기보다 죽기를 택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싫어. 얘기할게. 그래요, 얘기하자고요.” “그래야죠.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을 거예요. 또 무슨 수작을 부리기만 해봐요? 나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서시월 같은 사람은 죽음이 두렵다. 서정희보다 더 무서워했다. 그렇게 가난한 산골짜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나왔으니, 이번 생은 그나마 순조롭게 산 셈이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잘 사는 데 익숙한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바로 말을 바꿨다. 염정훈은 즉시 그들을 데리고 바깥의 작은 마을로 가서 서시월이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서시월은 모퉁이에 서서 주눅이 든 채 최근 일어난 일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거의 1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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