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장

염정훈은 나무로 된 문을 밀었다. 방안의 장식은 심플했다. 가구는 모두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작은 침대 하나를 제외하고 그 옆에는 화판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위에는 달빛 아래 벚꽃나무가 그려져 있었다. 달빛 아래의 섬은 더없이 고요한 느낌이었다. 그림 그린 사람의 실력이 뛰어났다. 염정훈은 보자마자 서정희가 그린 그림이란 것을 알아챘다. 서정희가 이 곳에 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염정훈은 미칠듯이 기뻤다. 드디어 찾았다. 그 옆에는 두툼하게 그림들이 더 있었다. 염정훈은 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그림을 살폈다. 석양빛이 물든 노을 아래 고기잡이를 마친 남자들이 돌아오자 여자들과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풀잎으로 메뚜기를 빚는 소년,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는 소년, 벚꽃나무 아래 비스듬히 기대어 서있는 가면을 쓴 한 남자. 어쩌면 그녀는 무심코 그렸을지도 모르지만, 이 그림을 본 염정훈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남자가 그녀를 데려갔다. 염정훈은 온몸에 차가운 냉기를 풍기며 그림을 들고 민이 앞으로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르신, 이 사람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서정희는 염정훈이 민이 집으로 들어간 것을 보자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돌아보니 어느새 달려왔는지 모를 지한이었다. 서정희는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번졌다. “그 사람이 왔어요.” “알아요. 두려워하지 마요.” 지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당신을 데리고 여길 떠날게요. 따라와요.” 서정희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지한을 따라 오솔길로 내려가니 그곳에는 보트가 한 척 있었다. 보트에 올라타기만 하면 자유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가장 먼저 염정훈에게 보고했다. 염정훈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확성기로 울려퍼졌다. “서정희, 도망가기만 해봐. 이 섬 모조리 불태울 거니까.” 지난 날의 악몽이 현실이 되었다. 염정훈의 목소리는 악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