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1장

지성이 죽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그의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도 이렇게 되지 않았다. 지한의 상처를 치료하고 나온 의사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보호자분, 환자분 몸에 오래된 상처가 여러 군데 있어요. 이 사람의 신분이 어떻게 되시죠?” 백지연은 현금다발을 건네주며 말했다. “묻지 말아야 할 말은 모르는 게 좋아요. 이건 치료비입니다.” 많은 돈을 본 순간, 의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상대방의 신분이 보통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의사는 돈을 받고 일만 처리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백지연이 성민을 불렀다. “의사를 모셔다드리세요.” 침실로 돌아오자 상체를 벗은 남자가 침대 위에 있는 것이 보였다.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고 몸은 이불로 덮여 있었다. 전에는 어두워서 미처 보지 못했다. 지금 비로소 자세히 볼 기회가 있었다. 지성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지성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 둘의 생김새는 거의 똑같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날 밤 지성의 몸 위에 넘어졌을 때 지성의 오른쪽 배에 총 자국이 하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백지연은 손을 들어 이불 한 귀퉁이를 움켜쥐었다. 이불을 거두려 할 때 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너무 아파 소리를 질렀다. 상대방은 이미 눈을 떴다. 지한이 눈을 뜨는 순간, 백지연은 이 사람이 지성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성은 그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갑고 낯설 수 없다. “당신이야?” 목소리도 지성과 달랐다. 지성이 아니라고 단정한 백지연은 마음속의 작은 희망이 사라졌다. “나를 알아요? 그쪽은 누구인데요?” 지한은 지성의 주변 사람들을 잘 알고 있다. 지성에게는 아무런 비밀이 없다. 지성이 처음으로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말하면서 백지연의 사진까지 지한에게 보여주었다. “오만한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었어. 백조처럼 춤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