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5장

염지애는 염정훈의 편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벌써 동거하나? 백지연이 속상할까 봐 염지애는 어젯밤에 본 장면을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려서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기에 염지애는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됐고 민감했다. 염지애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아빠.” 염정훈은 책을 덮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백현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염정훈을 보자, 그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염 대표님과 바네사 선생님 많이 친하신가 보네요?” “네, 많이 친해요. 수술실로 안내할게요.” 그는 몸을 일으켜 그들을 지하실로 안내했다. 백지연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염정훈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수술실에 도착했다. 수술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서정희는 마스크와 수술복을 입고 사전에 미리 살균을 해놓았다. 수술대 조명은 켜져 있었다. 하지만 구석은 어두워서 서정희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염정훈이 말했다. “사람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은 나가면 돼요.” 염정훈의 명령을 듣자, 백지연은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염정훈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몇 년 간 서정희를 계속해서 찾았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외간 의사랑 애매한 관계인 게 수상했다. 백지연이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훈아, 혹시 바네사씨랑 무슨 관계야?” 염정훈은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 “내가 바네사씨랑 무슨 관계든 너랑 상관 없어.” 그리고는 수술실을 떠나갔다. 염정훈은 완전히 낯선 이가 되어버렸다. 백지연은 씁쓸했다. 부부가 되지 못하더라도, 친구는 할 수 있잖아. 백현은 백지연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알지 못할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지연아, 오빠는 밖에서 기다릴게.” 이때 염지애가 옆에서 백지연의 손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엄마, 두려워하지 마요. 꼭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도 수술실을 떠났다. 다음 염정훈은 수실실 문을 닫았다. 염지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