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장

서정희는 무언가를 느낀 듯 머리 위의 창문을 돌아보았다. 어린 아이는 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아이는 마치 작은 북극곰처럼 두 손을 유리창에 짚고 통통한 얼굴도 창에 딱 붙이고 있었는데 귀여움이 흘러넘칠 정도였다. 방음 효과가 좋은 창문이 그의 목소리를 막았고, 서정희는 그가 자신에게 인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한 아이는 그녀의 불쾌감을 눈 깜짝할 사이에치유했고,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장면은 마침 염정훈의 눈에 띄었고, 마치 그가 그녀를 처음 본 모습으로 되돌아간 듯 했다.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포니테일을 높이 묶은 한 소녀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그녀의 입가에 번진 환한 미소는 햇살마냥 따뜻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미소에 반하게 되었다. 순간 그는 서정희가 스스로 해경 별채에 갔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이유, 서씨 저택을 위해서일거다. 염정훈이 전화를 끊었고, 진영도 도살장에 대한 일을 염정훈에게 알렸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염정훈이 재떨이를 바닥에 쓸어버리며 차갑게 뱉었다. “백지연 점점 더 선 넘네, 차 대기시켜.” 서정희의 얼굴은 바닷바람에 싸늘하게 차가워졌다. ,정희는 백지연을 위해 만들어진 방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바깥에서 차가운 바람을 쐬더라도 말이다. 백지연은 간단히 씻은 후 가운을 입고 샤워 캡을 쓰고 내려왔다. 목에는 살갗이 엷게 벗겨져 있었다. 때마침 네일아티스트가 도착했고, 백지연은 크림색 가죽 소파에 기대 앉아 패디를 받기 시작했다. 백지연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오만함이 깃들어 있었다. 서정희는 그제서야 거실로 돌아왔다. 백지연은 그녀를 미워하며 이를 갈았지만 이전의 오만함은 사라져있었다. 백지연은 냉담한 얼굴을 하고서 말했다. "서씨 저택 너한테 줄게. 근데 두 가지 조건이 있어.” 서정희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지금 나랑 장난해?” “무슨 바람 불면 돈 들어오는 줄 아니? 900조 집으로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