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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장

지수현은 덤덤히 허정운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날 놓아주지 않는지 나도 궁금해.” 지수현이 말을 마치자 방은 조용해졌다.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다. 허정운이 내뿜는 차가운 공기가 지수현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었던 기운철은 황급히 나서며 말했다. “정운아,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수현 씨와 백설아가 왜 다퉜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일단 좀 침착해 봐.” 진이경은 냉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이유가 중요해? 설아는 골절됐고 지수현 씨는 멀쩡하잖아. 잘못한 쪽이 누구인지 너무 확실한 거 아니야?” 지수현은 고개를 돌려 전이경을 바라보며 갑자기 웃었다. 전이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요?!” “신설리가 콩깍지 씌어서 한동안 당신을 좋아했던 게 우스워서요. 애인이라는 사실을 2년이나 숨기기까지 하면서 말이죠.” 지수현의 말에 전이경과 허정운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이경은 자기의 흑역사를 까발린 지수현에 분노했다. 허정운은 지수현의 말에 가시가 돋쳐 있다고 여겼다. 전이경을 욕하는 듯하면서도 허정운까지 뜨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각자 서로 다른 표정을 짓던 중, 전이경의 품에 안겨 있던 백설아가 입을 열었다. “지수현 씨, 귀국한 제 옆에 이경이가 돌아왔으니 신설리 씨 지금 기분이 말이 아닌가 보네요. 신설리 씨 친구로서 제가 못마땅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악랄한 방법으로 저한테 복수하는 건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어요!” 지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백설아를 냉랭하게 바라보았다. “헛다리 짚었어요. 설리가 괴로워할 리가요. 지금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쓰레기 같은 놈을 데려가 줘서 고맙다고 감사해할걸요? 끼리끼리 논다더니, 두 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지수현!” 화가 난 허정운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이경과 백설아를 향한 지수현의 도발은 전이경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전이경이랑 백설아한테 지금 당장 사과해!” 지수현은 눈썹을 들썩이며 웃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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