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주스를 마시고 있던 지수현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녀는 애써 주스를 삼킨 뒤, 컵을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우리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요." 허씨 가문 여사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애석해하며 입을 열었다. "지연정이 귀국했으니 나는 네가 서러움을 당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만약 너희들에게 아이가 있다면 정운이가 어쩌면 마음을 거둘지도 모르잖아.” 지수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만약 아이로 그를 묶어둬야 한다면 제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저는 절대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 거예요." "정운의 목숨은 네가 구해줬고, 그 애의 다리도 네가 고쳐줬어. 그러니 나는 너만 손자며느리로 인정할 거야!" ‘내가 죽지 않는 한 지연정이 허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 지수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허씨 가문 여사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사실 그동안 저도 많이 생각했어요. 언젠가 제가 정운이랑 이혼하게 된다면 할머니께서 저를 지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허씨 가문 여사님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이 지경까지 악화되었을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란 눈빛을 했다. "혹시 정운이가 너한테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른 거야?" "아니요. 그냥 제가 먼저 말씀드리는 거예요.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할머니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게요.” 허씨 가문 여사님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알았어." 이 일로 인해 밥을 먹을 때까지 허씨 가문 여사님의 기분은 여전히 가라앉은 상태였고, 허정운을 봐도 여러 가지로 눈에 거슬렸다. 밥을 먹고 난 뒤, 허씨 가문 여사님은 두 사람을 화목원에서 하룻밤 묵게 하고 싶었지만, 지수현과 허정운이 내일 모두 출근해야 하기에 집으로 돌아가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떠날 때 즘, 허씨 가문 여사님이 허정운을 한쪽으로 불러 이를 악물고 말했다. "만약 네가 감히 수현이에게 떳떳하지 못한 짓을 저지른다면, 한샘 그룹의 주식을 한 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