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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같은 시각, 지수현도 막 저택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시승훈을 발견한 지수현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시승훈은 씨익 웃더니 다정하게 답했다. “오랜만이야. 마침 용강시에서 행사가 있어서 여기서 자고 가려던 참이었어. 네가 올 줄은 몰랐네. 불편하면 조금만 있다가 갈게.” 허정운과 결혼하기 전, 지수현은 한동안 매니저 일을 했었다. 시승훈은 지수현이 담당하던 연예인 중 한 명이었는데 시승훈은 가장 성실한 노력파였다. 지수현은 시승훈을 높이 샀다. 시승훈은 지수현을 스승처럼 따르기도 했고 친구처럼 대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난 뒤, 지수현은 일을 그만두면서도 시승훈을 위해 업계에서 잘나가는 매니저를 시승훈에게 붙여주었다. 시승훈은 점점 더 승승장구했다. 시승훈의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지수현은 저택의 열쇠를 시승훈에게 건네면서 언제든 와서 지내도 좋다고 했었다. 나중에 허정운과 결혼한 지수현은 허정운의 다리를 낫게 하는 일에만 몰두했었고 이 일도 잊어버렸다. “괜찮아, 시간도 늦었고 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무조건 사람들이 다 알아봐. 호텔에 가는 게 더 부담스러우면 여기 있다가 내일 가도 돼.” 지수현이 캐리어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시승훈이 다가서며 말했다. “내가 들어줄게.” “괜찮아, 별로 안 무거워.” “여기서 지내려고?” 시승훈은 조심스럽게 지수현을 떠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수현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서 앞으로는 네가 여기 와서 지내는 게 좀 불편해질 수도 있어.” “알겠어. 몇 년 동안 날 위해 여기를 내어준 것만으로도 난 너무 감사해.” 시승훈의 진지한 표정에 지수현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는 지금 톱스타잖아. 이런 저택은 10개도 더 살 수 있겠다.” 시승훈은 미소 지었다. 그는 진작에 지수현의 옆 동 저택을 사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지수현의 저택에 마음이 갔다. 그곳에는 지수현의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 마실래? 커피 내리려고.” “좋아. 그런데 나 일단 좀 씻고.” “그래.” 지수현을 도와 캐리어를 위층에 올려다준 뒤, 시승훈은 미소 지으며 주방으로 돌아가 커피를 계속해서 내렸다. 커피를 다 내렸을 때쯤,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인터폰을 확인한 시승훈은 조금 놀랐다. 문밖에는 한샘 그룹 대표 허정운이 서 있었다. 허정운의 얼굴은 경제 매거진에서도 종종 등장했기에 시승훈은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시승훈이 요즘 들어간 작품 중에는 한샘 그룹이 투자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하정운 씨가 어떻게 여기에 온 거지? 설마 지수현을 찾아온 건가?’ 하지만 시승훈은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시승훈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문 앞에 서 있던 허정운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나버렸다. 그는 초인종을 몇 번이고 더 눌렀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지수현이 아니라 허정운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였다. 강수영이 얘기했었던 신인 톱스타 시승훈일 것이라고 허정운은 짐작할 수 있었다. 허정운의 눈빛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기 어려웠다. “지수현은 어딨어?” 허정운의 날이 선 말투에 시승훈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씻고 있어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대표님?” “하!” 허정운은 냉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내가 지수현 남편인데, 무슨 일로 지수현을 찾냐고 지금 나한테 질문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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