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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장

처음에 지수현은 허정운이 결벽증 같은 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허 여사님이 그에게 집어준 반찬을 아주 태연하게 먹으면서 그녀가 건네준 건 식사를 마칠 때까지도 건드리지 않는 걸 보고 나서야 지수현은 결벽이 아니라 그저 그녀를 싫어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허정운이 식사를 마친 건 그로부터 10여 분이 지나서였다. 기다림에 지친 지수현은 곧바로 물었다. “이제 나 놔줄래?” 이번에 허정운은 곧바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속은 아직도 짜증이 가득했다. 하루빨리 허정운과 선을 긋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기운철은 그녀가 나오는 걸 발견하고는 재빨리 다가갔다. “지수현 씨, 정운이 곤란하게 하지 않았죠?” 눈에 띄게 드러내 보이는 관심에 지수현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 신세 많이 졌어요. 다음에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기운철이 웃어 보였다. “저 기억해 둡니다. 다음에 가서 없던 일로 하기 없어요!” “걱정 마세요. 안 그래요.” 허정운의 절친들 중에 기운철이 가장 자신을 존중해 주고 챙겨주었다. 전이경과 양주헌은 말로는 그러지 않지만 지수현은 그들 마음속에서 그녀를 얕잡아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가 허정운과 지연정의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기운철은 뭔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허정운의 딱딱한 목소리가 두 사람 옆에서 울렸다. “운철아, 오늘 나랑 미팅하려고 오지 않았어? 지금 한가하게 담화할 시간이 있나?” 허정운이 나타나자 주위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수현은 그를 보지도 않고 기운철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기 대표님, 그럼 일 보세요. 저는 이만 갈게요.” “네. 잘 가요.” 허정운의 차가운 시선이 계속 지수현의 뒷모습에 꽂혔다.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녀를 보자 화가 치밀었다. 지수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가자 그제야 허정운은 시선을 거두고 기운철을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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