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할머니께는 내가 적당한 때를 찾아 말할 테니 그때까지 비밀로 해줘.”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든 지수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걸려?”
“3개월을 초과하지 않을 거야.”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후 지수현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당신이 한 말은 꼭 지켜.”
말을 마치고 지수현이 돌아서서 가려고 하는데 허정운이 다시 그녀를 잡았다.
“그전에는 할머니 뵈러 갈 때도 같이 가고 연기 좀 해줘.”
“허정운, 당신 너무한 거 아니야? 이 일을 비밀로 해주는 것까지 내 최대 한계야!”
허정운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지난번에 충격을 받은 후 할머니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난 우리 일로 할머니한테 걱정끼치고 싶지 않아.”
“그래. 알았어. 다른 일은 없지?”
허정운이 그녀의 손을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없어.”
“인제 가도 돼?”
허정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지수현은 바로 돌아서서 방에서 나왔다.
허정운은 제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1번 룸으로 돌아갔다.
식욕이 없어진 지수현도 대충 먹은 후 진여안과 함께 계산하고 자리를 떴다.
돌아가는 길에 진여안은 줄곧 허정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내가 예전에 정말 사람을 잘못 봤던 것 같아. 오늘 보니 너무 제멋대로야. 난 이런 유형의 남자는 딱 질색이야. 함께 있으면 얼마나 피곤하겠어!”
지수현은 허정운에 관해 한마디도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말머리를 돌렸다.
“참, 너 양주헌은 어떻게 알아?”
진여안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던, 날 좋아한다는 대표 기억하지? 양주헌이 바로 그 대표야. 너무 달라붙어서 짜증나 죽겠다니까. 문제는 그가 ‘천년만년’에 투자했는데 매번 다른 요구는 없이 밥만 먹자고 하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다는 거야!”
요염한 눈매를 가진 양주헌은 딱 봐도 바람기가 있게 생겨서 진여안이 좋아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양주헌에 대한 소식을 들은 바가 있는 지수현도 귀띔했다.
“그가 여자 친구를 수도 없이 바꾸는데, 매번 3개월을 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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