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만약 지금 강수영이 그의 옆에 있었다면, 분명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을 것이다. 허정운이 백씨 가문과의 모든 협력을 해지하라고 명령했는데 백씨 가문이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어떻게 눈치채지 못할 수 있겠는가?
지수현은 그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허정운은 자기도 모르게 지수현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머니쪽은 어떻게 할 거야?”
그 말에 지수현 얼굴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 없어. 사람들 앞에서 우리 관계를 끊겠다고 말했으니 앞으로 우리는 남남이야.”
“확실해?”
허정운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예전에 지연정이 허정운에게 지수현이 여러 번 자신을 따라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현영과 지진성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확실하지 않겠어?”
지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정운을 바라보았다.
“내가 들은바로는 넌 예전부터 네 어머니와의 모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했다고 했어. 가족이 관심을 가지면 너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지수현은 식은 표정으로 손에 든 과일을 내려놓았다.
“지씨 가문 사람이 너더러 말 좀 잘해달라고 했어?”
허정운은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지연정이 오늘 오후에 나를 찾아왔어. 나한테 너더러 더 이상 이 일을 파지 말라고 설득해 달라고 했어.”
지수현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거야?”
“아니. 난 그냥 지씨 가문과 일을 너무 크게 벌리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
“이 일은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 난 이미 충분히 잘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런 대화에 지수현은 더 이상 드라마를 볼 기분이 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침실로 향했다.
줄곧 서이수가 와서 허정운에게 침을 놓고 갈 때까지 지수현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허정운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조금 망설이다가 휠체어를 밀고 지수현의 방으로 가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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