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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8화

“안 가요, 이불 가지러 가는 거예요.” 유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달래듯 한 말투였다. 그제야 은정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유진은 방 안에 있던 에어컨을 끄고, 은정의 침실로 향해 이불을 가지러 갔다. 유진은 처음으로 은정의 침실에 들어섰다. 외부와 같은 인테리어 분위기, 차분하고 단정하지만 지나치게 냉정한 느낌이었다. 그 방처럼, 그 역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유진은 이불을 안고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불을 은정에게 덮어주고,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스탠드 조명을 끄고 조용히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은정의 낮고 흐릿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유진아, 안 간다고 했잖아.” 유진은 뒤돌아봤다. 어두운 거실 속에서 은정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 눈빛엔 서운함과 외로움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유진은 조용히 돌아와 은정에게 말했다. “조금만 안쪽으로 가요.” 은정은 곧바로 소파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유진이 옆에 눕자마자, 은정은 유진을 품에 끌어안았고, 이내 그의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지는 듯했다. 유진은 눈을 감고, 몇 초 뒤엔 어색하지만 조심스레 반응을 보였다. 그 작은 반응 하나에도 은정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더 뜨겁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제어 불가능한 감정이 담긴 입맞춤이었다. 유진은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려 하자, 은정의 손이 유진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둠 속, 낮고 거칠게 갈라진 은정의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 “우리 침실로 갈까?” 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의 품에 파묻혔다. “적당히 해요.” 은정은 알았다. 지금 조금만 더 약하게 굴면, 유진은 진짜 넘어올 수도 있다는걸. 하지만 동시에 은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침대까지 가면, 진짜 더는 참지 못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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