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80화
은정은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임유진은 목이 잠긴 듯한 느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고 거리감이 있었다.
“고마워요.”
은정은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방 안은 여전히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유진의 마음은 어둠 속에 남겨진 듯 무거웠다. 오히려 깊은 허탈감과 상실감만 더 짙어졌다.
유진은 괜스레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고백해서 모든 걸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까?’
결국 애옹이도 다시는 못 보게 됐고, 저녁 식사도 같이할 수 없게 됐다.
유진은 풀이 죽은 듯 한숨을 쉬며 두 다리를 모아 껴안고 턱을 손에 괴었다. 창밖에서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유진의 마음속에도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한편, 은정은 집으로 돌아와 소파 위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애옹이를 바라봤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멍한 눈으로 은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은정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듯 아려왔다.
어쩌면 오늘은 고백할 타이밍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린 건 결국 그 자신이었다.
“좋아해요.”
“오늘부터 정식으로 좋아한다고 말할게요. 사장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단지, 날 거절하지만 않으면 돼요.”
“사장님, 이번 생엔 사장님만 바라볼래요.”
아직 자신의 귓가에는 생생히 울리는 유진의 고백이 남아 있었는데, 그 말을 했던 유진은 어디로 간 걸까?
유진이 좋아한 건 서인이었고, 지금 그는 구은정이었다. 그렇다면 은정은 다시 서인으로 돌아가 유진을 기다려야 할까?
이름을 바꾸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다. 묵직하고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다. 은정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마음은 여전히 그 어두운 밤에 머물러 있었다.
며칠이 흘렀지만, 유진은 정말 다시는 은정을 마주치지 못했다. 예전엔 출퇴근길에 가끔 엘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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