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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9화

유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안 돼요.” 은정은 마치 인생의 업보라도 돌아온 듯 가슴이 시리게 아팠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흔들림 없이 유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나이니 집안이니 다 빼고 생각하면, 날 좋아하긴 하는 거야?” “아니요.” 유진은 거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답하자, 은정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싫어?” 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순간 은정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고, 은정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체념할 수 없는 듯 다시 한번 물었다. “조금도 좋아한 적 없어?” 유진은 그를 더 상처 입힐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때론 더 잔인한 답이 되기도 한다.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내리깔았고, 그 큰 체구는 어둠 속에 외로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국 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 이제 갈게요.” 그리고 은정은 유진을 붙잡지 않았다. 유진은 은정의 옆을 천천히 지나갔지만 끝내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곧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공기 중에는 유진의 향기만 희미하게 남았다. 집에 돌아온 유진은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현관문에 기대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방 안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이 오히려 집안의 텅 빈 공허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유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이 조금 더 밝아서였다. 넓은 발코니에 서자, 멀리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자 등 뒤의 어둠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다. 유진은 은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 유진의 뒤에 멈춰 선 은정의 기척이 느껴졌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은정은 유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와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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