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44화
구은정은 한경아의 말을 듣고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세요. 조심해서 가시고요.”
“네, 사장님!”
한경아는 정중히 인사한 뒤,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사장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일찍 귀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건강도 챙기셔야죠.”
그러나 은정은 흥미 없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네.”
은정은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사무실 안은 다시 적막이 감돌았다.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손으로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의자를 돌려 넓은 창문 너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은정은 그렇게까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뿐이었다.
구씨 저택에 돌아가면 서선영의 가식적인 얼굴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샤부샤부 가게에 가면, 그곳에는 여전히 임유진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전에는 그냥 가게 사장이었기에 그곳이 자신의 터전이라 느껴졌지만, 이제는 구씨 그룹의 사장이 되고도 갈 곳이 없었다.
은정은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 최상층에서 강성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어딘가에서 마음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끝내 은정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유진은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마친 뒤,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전화 통화 중이었다. 유진은 여진구와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유진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유진의 시선이 한곳에 멈췄다.
저택의 정문 앞,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리고 차 옆에는, 누군가가 기대어 서 있었다.
저택과 정문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고,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렸다.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자세히 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도우미인 노하숙 아주머니가 다가와 유진의 휠체어를 밀었다.
“아가씨, 머리도 덜 말랐는데 창문가에 앉아 있으면 감기 걸려요.”
유진은 다시 한번 창밖을 돌아보았지만 이제는 더 흐릿하게 보였다.
창문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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