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9화
임유진은 발코니의 카펫 위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얼른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임유민이 유진의 곁에 앉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구은정 삼촌이랑 싸웠어?”
유진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왜 날 좋아하지 않는 걸까?”
유민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 반에도 날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있어. 근데 난 그 애들을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누나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가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거야.”
유진의 콧등이 붉어졌고, 유민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넌 그 애들이 귀찮아?”
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유진은 더 큰 상실감을 느꼈다.
“그럼 나도 마찬가지겠네. 난 계속 샤부샤부 가게에 갔고, 서인은 사실 엄청 귀찮았겠지.”
유진은 초라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정말 실패했어.”
유민은 한숨을 쉬며, 마치 어른이라도 된 듯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그냥 잊어버려. 전에 한 번 실패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실패한 거라고 생각해.”
유진은 코끝이 시큰해지면서도, 애써 농담을 던졌다.
“넌 날 위로해 주러 온 거 아니었어?”
그러나 유민은 단호했다.
“방향이 잘못됐으면, 노력하는 게 오히려 독이야.”
유진은 풀이 죽은 채 중얼거렸다.
“적어도 위로해 줄 줄 알았는데...”
유민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공감이란 건 없어. 내가 누나를 위로한다고 해도, 누나 마음이 금방 좋아지진 않잖아. 다들 성인이니까, 이제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배워야지.”
그 말에 유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울다가도 웃는 그녀를 보며, 유민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누나가 겨우 이걸로 좌절할 것 같진 않아.”
“넌 몇 살이나 됐다고 그렇게 어른인 척하는 거야?”
“어른이 되는 건 나이가 아니라 정신이야.”
유민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덧붙였다.
“누나 정신 연령으로 보면, 아직 미성년자 같은데? 그러니까 울고 싶으면 울어. 울 수 있는 건 어린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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