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4화
우정숙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의 대답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임유진에게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에요. 그러니 유진이를 탓하지 마세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을 뿐, 전부 제 문제예요.”
우정숙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서 우리 유진이가 혼자만 짝사랑하고 있었던 거군요?”
서인은 굳게 다문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고, 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꽤 부담됐겠어요. 대신 사과할게요.”
서인의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아니에요.”
우정숙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진이가 여기에 오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시간이 지나면 유진이도 점점 식어갈 테고,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죠.”
서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방법을 생각해 보죠.”
“좋아요. 믿을게요.”
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
서인은 2층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구은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도 말했던 맞선 이야기요. 언제 진행할 건가요?”
구은태는 뜻밖이라는 듯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마음을 정한 거야?]
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는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대방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만나볼 수 있어요.”
구은태는 한순간 고민하더니 물었다.
[그러면 언제쯤 집으로 돌아올 거야?]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구은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서인이 결혼을 전제로 여자를 만날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구은태는 곧바로 서선영을 찾아가 맞선 일정을 조율했다.
다음 날, 서선영이 서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지난번 만났던 진수아 어때? 사실 걔가 너를 마음에 무척 들어서 했어.]
그리고 덧붙였다.
[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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