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44화
허홍연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청아를 바라보니, 반년 사이에 그녀가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정소연은 눈빛을 번뜩이며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며 말했다.
“아가씨,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아무래도 우리 집안과 장씨 집안의 재산과 지위 차이가 크잖아요.”
“그러니 예단과 혼수도 똑같을 수 없는 거고. 어머님도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네 혼수를 준비해 줄 거예요.”
허홍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맞아, 맞아!”
“엄마가 준비한다고요?”
청아는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가볍게 웃었다.
“왜 엄마가 제 혼수를 준비해야 하죠? 애초에 양육비 책임 협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나요? 오빠가 엄마를 부양하고, 저는 아빠를 부양하기로 했잖아요.”
“제가 시집가는 것도 아빠가 챙겨야죠. 다들 보셨다시피, 아빠는 지금 휠체어를 타고 계세요.”
“돈이 없어서 제 혼수를 마련해 줄 수 없어요. 그러니 예물도 필요 없겠네요.”
그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새언니 출산이 임박해서 외출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따로 엄마랑 새언니가 말하는 그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어요.”
“초대장이 없으면 아예 들어올 수 없으니, 굳이 오지 않으셔도 돼요.”
허홍연과 소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던 허홍연은 이내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청아야, 네가 결혼하는데 엄마를 부르지 않겠다고? 내가 널 20년 넘게 키웠는데, 정말 그 협의서 하나 때문에 나와 인연을 끊겠다는 거야?”
청아는 냉랭하게 대꾸했다.
“병원에서 아빠가 응급실에서 수술을 기다리며 보상 문제를 논의할 때, 엄마는 아주 시원스럽게 협의서에 서명했잖아요.”
“그때 이미 모든 게 명확하게 정리된 거 아닌가요?”
허홍연은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래도 난 네 엄마야! 장씨 집안에서 그렇게 성대한 약혼식을 치르는데, 신부의 부모가 안 보이면 남들이 수군거리며 뭐라고 하겠니?”
화를 꾹 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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