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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2화

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택의 들러리가 되어줘.” “언제 결정된 건데? 난 왜 몰랐지?” 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난 싫어.” 소희는 담담히 답했다. “구 씨 집안과 임 씨 집안은 원래 친하잖아. 네가 구택의 들러리를 서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그 말에 서인은 비웃음을 흘렸다. “구택이 들러리가 부족할까? 강성에서 들러리 하겠다는 사람들은 줄을 섰을걸.” “눈에 맞는 사람을 고르려면 강성에도 충분히 많고, 말리연방 쪽 사람들도 올 테니 들러리 세울 사람은 차고 넘치지.” 소희는 태연히 말했다. “그건 상관없어. 내가 선택한 들러리는 바로 너니까. 네가 싫다면 가서 백양에게 말해보라고.” 서인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했고, 소희는 다시 백양의 묘비를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얘기 없으면 동의한 걸로 알게. 그럼 이제 네가 구택의 들러리야!” 서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짓고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묘비 앞에 놓았다.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네 말대로 해주지. 마치 백양이 널 더 아껴주라는 뜻인 것 같아서 말이야.” 소희는 서인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목적만 달성되면 되었기 때문이다. 서인은 소희를 바라보며 잔잔히 말했다. “백양이 네게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준 거, 알고 있지?” 소희는 바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치 그들 셋이 다시 모여 대화를 나누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기억나지? 한 번은 네가 단독으로 임무를 맡았을 때, 백양이 몰래 널 따라갔어. 네가 무사한 걸 확인하고 돌아왔는데, 그걸 진언이 알고는 엄청나게 혼냈지.” 서인은 묘비에 놓인 백양의 사진을 힐끗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백양은 정말 혼쭐이 났어. 엄청난 훈련을 받고 나면 밤에는 몸이 쑤셔서 잠도 못 잤지. 그런데 자기도 못 자니까 우리까지 깨워서 대화를 나누게 했어.” 서인은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날 밤 백양은 처음엔 네 임무 얘기부터 시작했어. 나중엔 제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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