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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한순간, 문밖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방 안을 비추었다. 강희진은 손에 쥔 채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방 안이 어둑하여 채찍 위 핏자국이 그리 선명하지 않았으나 지금 보니 선홍빛 피가 이미 채찍 깊숙이 스며들어 검붉게 변해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끌어내라.” 뒷간에서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고 강원주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는데 역겨운 기색이 역력했다. 궁녀들이 즉시 안으로 들어갔고 강희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질질 끌려 나왔다. 땅에 거칠게 내팽개쳐졌으나 그녀는 손에 쥔 채찍만은 끝내 놓지 않았다. “모녀 사이의 정은 깊다더니. 어젯밤 네 어미가 채찍을 맞으며 비명을 지를 때 너는 듣지 못했느냐?” 강원주는 고개를 젖히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띠었고 눈빛엔 만족감이 가득했다. 강희진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채찍에 밴 핏자국, 그리고 어머니가 당했을 잔혹한 형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눈으로 강원주를 응시했고 이내 애써 삼키던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내 앞에서 감히 방자하게 굴더니, 정말 내 손에서 무사할 거라 생각했더냐?” 강원주는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은 단순한 경고에 불과하다. 앞으로 분수를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삼가며 품지 말아야 할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번엔 네 어미를 매질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다음번엔 그리 가볍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강희진은 입술을 꾹 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마치 유리알처럼 흔들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강원주는 더욱 기분이 좋아졌고 입가에 번진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어서 몸을 정리하고 어좌에 나아가 폐하를 모셔라. 이 꼴을 보이면 폐하의 기분을 상하게 할 테니 말이다.” 방금 전까지 그녀를 조롱하던 태도는 사라지고 강원주는 정허운의 명이 떠올랐는지 이내 표정을 거두고는 냉랭하게 재촉했다. 하지만 강희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온 신경이 어머니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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