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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숙빈은 꼿꼿이 허리를 펴고 서 있었고 그 말투엔 한 치의 온기도 없었다. 강희진은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으나 그 타고난 요염한 기질은 감출 수 없는 법. 아무리 수수하게 차려입어도 그녀에게선 자연스레 은근한 매력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숙빈은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흠을 잡을 구실조차 찾지 못해 속을 태울 뿐이었다. 결국, 씹어 삼킬 듯한 눈빛으로 ‘연화전’이라는 단어를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규율을 중시하는 양현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후궁의 몸으로 어찌 감히 연화전에 머물렀단 말입니까?” 그의 음성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마치 철없는 아이를 꾸짖듯 단호하게 강희진을 질책했다. 강희진은 곁에서 그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숙빈을 흘끔 쳐다보곤 상황을 금세 파악했다. 양현무가 누이를 보러 온 것은 명목일 뿐, 숙빈이 그를 불러다 자신의 입김을 실으려 했음이 분명했다. “장군께서도 소첩이 후궁의 신분이라는 걸 아신다면, 폐하의 말씀 한마디가 소첩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도 아시겠지요. 폐하의 명을 감히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강희진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끝을 되받아쳤다. 양현무는 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었다. 그렇기에 전생에서도 강 정승의 말 몇 마디에 휘말려 기어이 금란전에까지 쳐들어가 황제를 문책했더랬다. 그 일이 결국 양씨 가문의 몰락을 불러왔고 숙빈 또한 냉궁으로 내쳐졌으니, 따지고 보면 양현무도 이 비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강희진은 어쩐지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전생에서 자신이 죽을 무렵, 선우진조차 그에게 이미 불신을 품고 있었으니 이후의 삶이 순탄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는 전장에서 용맹을 떨치며 전란을 평정했고 대주의 태평성대를 지켜낸 인물이었다. 그러한 공훈을 세운 장수가 말년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궤변을 늘어놓는군요!” 양현무는 싸늘히 콧방귀를 뀌며 더욱 날 선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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