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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화비께서 농을 하시는군요. 소첩의 아버지는 무장이지만 저에게 요사스러운 수작을 가르친 적은 없답니다. 오히려 그건... 동생 쪽이 아닐까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양기연의 시선이 강원주가 드러낸 부분을 스치듯 훑었다. 그 눈빛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건방지구나!” 양기연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챈 강원주는 분노가 치밀어 욕설을 퍼부었다. 강원주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모습은 드물었다. 양기연은 그 모습이 우스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아침부터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가 방족의 침입을 격퇴했고 기쁜 소식이 폐하께 전해진 지도 오래였다. 그런데도 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강원주만은 아직까지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대놓고 나오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의 그런 모습, 혹시 곁에 있는 몸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언니 대신 그 몸종을 가르쳐주면 되겠네요.” 양기연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앞으로 나와 몸종의 팔을 잡아 땅바닥에 무릎 꿇렸다. “이 상궁, 손 좀 봐주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감히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지켜볼 뿐이었다. 강원주는 얼어붙은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방금 들려온 그 따귀 소리는 마치 자신의 얼굴에 그대로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우스운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양기연, 감히 나한테 손을 대? 폐하의 처벌이 두렵지도 않단 말이야?” 강원주는 크게 소리쳤다. “내 사람이야! 네가 감히 훈계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강원주의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걸 양기연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그저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럼 한번 물어보시죠. 폐하께서 과연 손이 좀 빠른 하녀를 본궁이 벌줬다고 노여워하실지...” 양기연은 입을 가리며 일부러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는 서두르지 않는 게 좋겠어요. 하필 방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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