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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선우진은 부드러운 살결을 입에 머금고서도 강희진을 놀리는 걸 잊지 않았다. 입안 가득 뭉개진 말소리 속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보아하니, 화비가 요즘 봄기운에 마음이 몹시도 들썩이는 모양이구나.” 말끝에 묻어난 농이야말로 피할 수 없는 놀림이었다. 강희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얼른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선우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문득 무언가 이상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우진은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화비를 찾아 이곳에 들른 것뿐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이 누추한 곳에 눈길이 머물렀고 뜻밖에도 그 안에서 춘화도를 들여다보던 강희진과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겉보기에도 낡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이었다. 잿빛 기와와 얼룩진 벽, 색 바랜 문짝과 창살. 게다가 방 안은 어둑했고 정면엔 법당에나 있을 법한 불상이 하나 우뚝 서 있었다. 벽엔 바랜 경번이 걸려 있고 촛대는 촛농만 남긴 채 불이 꺼져 있었다. 선우진은 생각할 틈도 없이 창문을 넘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제야 강희진이 얇은 옷 한 벌만 걸친 채 속이 은근히 비치는 옷차림이었다는 걸 알아챘다. 속적삼 아래로 속옷이 어슴푸레 드러났고 그 위에는 원앙이 나란히 앉은 문양이 곱게 수놓아져 있었다. 선우진은 곧장 그녀의 옷깃을 반쯤 잡아 내렸다. “폐하!” 깜짝 놀란 강희진은 재빨리 옷깃을 추스르며 가슴을 감싸안았다. 하지만 선우진은 그녀의 양팔을 붙잡아 자기 눈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다 그녀의 손목에 확연히 드러난 붉은 자국에 눈길이 멈췄다. 분명 손가락 자국이었다. 손가락 다섯 개가 푸르스름한 멍을 남긴 채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강희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폐하... 아픕니다...”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은 두려움과 아픔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그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선우진의 눈빛엔 곧 분노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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