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이튿날 아침, 곽씨 가문 별장.
기사가 아침 일찍 문 어구에서 기다렸고 윤선미가 오는 걸 보고는 공손하게 차 문을 열었다.
윤선미가 차에 타려고 하는데 안에 한 남자가 나른하게 기대 있었다. 분명히 차분하고 냉정했지만 목에 있는 빨간 점 때문에 더 매력 있어 보였다.
윤선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아침에 곽동우한테 한약방에 가서 약재를 사러 가겠다고 했었는데 그가 차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내가 같이 가줄게."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고 윤선미가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는 길에서 그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그녀는 심심해서 창밖을 보며 멍때리고 있었다.
"도련님, 사모님, 도착했습니다, 만인당 문 어구는 주차하기 힘듭니다."
기사는 길 끝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했다.
윤선미는 곽동우의 다리를 힐끗 보고 말했다.
"차에서 기다리세요."
"그래."
그는 윤선미가 혼자 외출하는 게 걱정되어서 같이 온 거였다.
곽동우는 차에서 기다리며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윤선미는 번화한 거리를 향해 걸어갔다.
만인당은 해성의 제일 큰 한약방이었다. 윤선미는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가득 몰려 길이 막힌 걸 보았다.
그녀가 가까이 가서 듣자 만인당에서 안 좋은 약재를 좋은 약재인 척하며 사용해서 손님들이 난리를 피웠고 싸움이 난 것이었다.
"우리 약재는 모두 제일 좋은 약재입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
약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쳤다.
"사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돈 물어내! 어떻게 그런 돈을 벌 수 있어? 사람이 망가지면 어떡해!"
약사는 손님을 내쫓으며 투박하게 말했다.
"얼른 가세요, 난리 치지 마시고요! 우리 사장님 건드려서 좋을 것 없어요!"
그러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소란 피우면서 밀쳤고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쓰러졌어요!"
"구급차 불러요! 의사 선생님 없어요?"
젊은 남자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바닥에 쓰러져 숨을 미약하게 내뱉고 있었다. 사람들은 감히 죽을까 봐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선미는 재빨리 다가가 소리쳤다.
"다들 비켜주세요, 바람 통하게 해주세요!"
그녀가 몸을 쪼그리고 검사했는데 환자는 사지가 차갑고 눈이 움푹 파여 들어가고 입을 벌린 게 단순한 기허로 인한 실신 증상이었다. 그녀는 소매에 있는 침을 꺼내 백회, 수구 등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아 정신을 깨우고 기운을 통하게 했다.
그녀는 아주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침을 놓았는데 같은 업계 사람은 바로 그 침에서 내공을 보아낼 수 있었다.
"젊은이, 할 수 있겠어?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야, 장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구경하던 젊은 남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허약하던 남자가 서서히 눈을 떴다.
"깼어요, 깼어."
"젊은 여자가 이렇게 대단할 줄 생각도 못 했네!"
정신이 든 손씨 가문 큰 도련님은 예쁘장하고 순백한 기질의 여자애가 마치 선녀처럼 머리를 숙이고 자기를 보고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반한 눈빛을 하고 감사 인사하려고 했는데 선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허리랑 다리가 나른하고 힘이 없고, 신장에 불이 부족해요,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보세요. 조건이 되지 않아 그저 침만 놓았어요."
그는 다시 한번 기절할 뻔했다.
윤선미는 그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는 침을 빼고 떠났다. 만인당의 약재에 문제가 생겼으니 그녀는 맞은편에 있는 복안당에 가서 사려 했다.
"젊은이, 저 여자애가 그쪽한테 신장이 허하다고 하네, 형님 말 들어봐봐, 그런 물건은 정해진 양이 있어, 많이 쓰면 더 안 되니까 몸조심해."
열정적인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나 그냥 오늘 죽어야겠어.'
"하준아, 우리 아들!"
금을 잔뜩 두른 손 사모님이 가방을 들고 뛰어와서 눈물을 훔쳤다.
"이런 한약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왜 말을 안 들어? 매일 만인당에 약 가지러 오더니, 그런 한의사들의 헛소리 들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엄마, 내 이름 부르지 마!"
손하준은 허약해서 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고 세상에 미련을 가질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둘러보던 사람들은 서로 앞다투어 아까의 다급한 상황과 윤선미의 당부를 말해주었다.
"그 생명의 은인 어디 있어요? 우리 손씨 가문에서 반드시 제대로 인사할 겁니다!"
손 사모님이 물었다.
"저기, 길 맞은편에 있어요!"
아들을 목숨처럼 아끼는 손 사모님이 길 건너편을 보았는데 익숙한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쟤가 왜 여기 있어!'
윤선미는 누군가 자기를 알아본 걸 알아채지 못하고 약재를 가득 들고 차에 올랐다.
"오래 걸렸네?"
남자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물었다.
"일이 좀 있었어요."
곽동우는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더 따져 묻지 않았다.
"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동생이랑 아버지가 집에 왔대."
"그럼 선물 준비할까요?"
"아니야, 그들이 너한테 준비해 줄 거야."
두 사람이 집에 도착하자 거실에서 TV 소리랑 말소리가 들렸다. 윤선미가 집에 들어서자 활발한 여자애가 달려오며 말했다.
"형수! 난 지아야."
"안녕."
윤선미는 이렇게 솔직하고 단순한 여자애를 아주 좋아했다.
"선미야, 처음 만나네, 너희 결혼식에 참석 못 해서 미안해."
곽건우의 아버지 곽건성은 커다란 돈봉투를 윤선미한테 건넸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걸로 준비했어."
윤선미가 곽동우를 힐끗 쳐다보자 곽동우가 받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녀는 두터운 돈봉투를 들고 말했다.
"감사해요."
"형수, 아빠한테 안 그래도 돼, 숨겨둔 돈이 많거든."
도민서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예의 갖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곽지아가 말했다.
"형수 봐서 기분 좋아서 그러는 거잖아. 양심 없는 여자들보다 훨씬 나아, 교통사고 났다고 다 도망갔잖아. 그래 놓고 성월..."
"지아야!"
도민서가 단호하게 말하자 곽지아는 어깨를 쭈그리고 더 말하지 못했다. 그녀도 윤선미 앞에서 그 여자 말을 꺼내는 게 아니란 걸 뒤늦게 인식했다.
'성월... 재단인가?'
윤선미는 의아해하며 확신할 수 없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곽동우한테 물어보려고 했다.
"선생님, 사모님."
전 아줌마가 말했다.
"본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 저녁 모임을 한답니다."
곽씨 가문에는 매달 하루 시간을 내서 가족 연회를 하곤 했다.
도민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해했다.
"지금 이 타이밍에 가족 연회는 무슨, 분명 좋은 일이 없을 거야."
그 모습을 본 곽건성은 위로하며 말했다.
"가고 싶지 않으면 내가 전화해서 작은 집에서 안 간다고 하면 되지."
그는 휴대폰을 들어 본가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는데, 전화를 끊기 전에 집사람들은 모두 그의 얼굴이 점점 진지해지는 걸 보았다.
"정말이에요?"
곽건성은 목소리까지 떨렸다.
답을 듣고 나서 그는 넋이 나가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야?"
도민서가 다급하게 묻자 곽건성은 가족들을 힐끗 보고는 그녀 귓가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민서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라고?"
"확실해, 어르신이 이미 검증했대."
"가자! 엿 먹으러 간다고 해도 상관없어. 절대 이런 좋은 기회 놓칠 수 없어."
도민서가 단호하게 말하자 곽지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 가족 연회에 뭐 하러 가, 큰 집에서 분명 우리 엿 먹일 텐데, 난 곽지훈의 그 오만한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
"우리 무조건 가야 해, 성진욱 어르신 제자를 찾았대, 네 오빠와 같은 병 고칠 수 있대."
곽지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기뻐했다.
"오빠 다리 고칠 수 있겠네!"
그 말을 들은 윤선미는 머리를 숙여 곽동우를 쳐다보았다.
'나처럼 이름 없는 제자보다 성진욱의 제자를 더 믿겠지?'
햇살이 창문을 타고 그의 선명한 윤곽을 비추었지만 그의 수심 깊은 눈빛은 비추지 못했다.
그의 얼굴엔 기쁨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가볍게 당부했다.
"본가에 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뒤에 서서 아무 말 하지 마."
윤선미는 멈칫했다.
'가족 연회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