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이틀 뒤, 윤선미는 한약을 달여 곽동우한테 준비해 주었다.
그녀는 준비를 마치고 플라워 스커트를 입고 겉에는 하얀색 겉옷을 입었는데 더 매력 있어 보였다.
"선생님, 저 나가볼게요."
그녀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곽동우는 무심하게 물었다.
"이렇게 일찍 나가?"
"먼저 할머니 보러 가려고요."
의사 선생님이 할머니의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그녀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
곽동우는 그녀의 치맛자락까지 기분이 좋아 보여서 휴대폰을 꺼내 주욱한테 전화했다.
"저녁에 비밀회의를 산해연에서 하는 걸로 바꿔."
...
저녁 6시, 산해연 호텔 앞에 차들이 가득 세워져 있었고 학생 차림을 한 사람들이 수십 명 모여 있었고 한의학 전공의 반장이 출석부를 들고 체크하고 있었다.
"윤선미는 아직이야? 방학하고 개강해서 네다섯 달 못 본 것 같은데. 혹시 소문이 진짜 아니야?"
몇 명 여자애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아마 어느 스폰서 침대에서 못 내려왔나 보지."
학교에서 누군가 윤선미가 고급스러운 차에 타서 늙은이와 같이 있는 걸 보았다고 했었다.
"연수민, 네가 걔 룸메이트니까 아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그녀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윤선미 정말 스폰 당했어?"
연수민은 예쁜 화장을 했고 400만 원 정도 하는 명품 가방을 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선미한테 그런 말 하지 마. 그런 일 하는 것도 사정이 있어서 그래. 집이 가난한데 할머니까지 아파서..."
"정말 늙은이랑 같이 있다는 거야? 정말 역겨워! 수민아, 아직도 걔 편 들어?'
"우리 수민이는 돈도 많고 예쁘고 착하기까지 해, 윤선미랑은 다르지. 네가 곽씨 가문 아가씨랑 친구라며..."
연수민은 부자연스럽게 웃었다.
그때, 파란색 포르쉐가 그녀들의 앞에 섰는데 순간 모두 환호했다.
"진윤이 도착했어!"
잘생긴 젊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고 흰 셔츠를 입었는데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 차 키를 돌리고 있었다.
"진윤아, 이 차 몇억이잖아?"
그 말을 들은 진윤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몇 대 더 있어."
"와, 돈 정말 많네."
"진윤아, 네가 와서 방 잡길 기다렸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애들은 단톡방에서 방 번호 알려줘."
반장이 귀띔해 주었다.
진윤의 삼촌이 산해연의 후방 근무 매니저였기에 새치기해서 큰 방을 마련해주었다. 그들은 평생 이런 큰 호텔에 드나들 기회가 없었기에 서로 휴대폰을 꺼내 사진 찍었다.
"모두 나 따라와."
진윤은 허영심이 만족을 받았다.
"오늘 밤 우리 한 상에 360만 원 규격이니까 마음껏 먹어."
그들은 모두 환호했고 진윤한테 잘 보이려 했다.
누군가는 몰래 비꼬기도 했다.
"윤선미는 좋겠네, 오늘 밤에 진윤이 고백하겠다고 했대."
사람들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201호에 들어갔다. 방은 아주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눈을 뗄 수 없었고 과일마저도 제일 풍부했다.
"먼저 먹고 있어, 나 삼촌한테 다녀올게."
진윤은 그러고는 연수민한테 눈치를 보냈고 연수민은 바로 가방을 들고 따라나섰다.
어두운 복도에서 진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윤선미가 확실히 와?"
연수민은 벽에 기대 말했다.
"곧 도착한다고 했어. 내가 미리 준비했거든, 약속한 2천만 원 잊지 마."
진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일이 잘 되면 보상은 잘해줄게. 하지만... 스폰당했다는 거, 사실이야?"
"사실인지 아닌지 자보면 알 거 아니야."
연수민은 경멸하며 말했다.
"처음인지 아닌지 네가 못 느껴?"
진윤은 어떻게 해도 밑지지 않았기에 웃어 보였다.
"저기, 왔네."
연수민은 턱을 치켜들었다.
복도 끝에서 달빛처럼 환한 여자애가 부드러운 조명 아래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유난히 예뻐 보였고 그림자까지 예쁘고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진윤은 그녀한테 반했고 얼른 다가갔다.
"선미야."
연수민은 바로 다른 얼굴을 하고는 윤선미의 팔을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다 도착했어, 너만 기다리고 있어. 네가 안 와서 진윤이가 시작도 안 했어."
윤선미는 머리를 돌려 물었다.
"6시 반에 모인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는 지각하지 않았다.
"우리 선미가 시간을 제일 잘 지키네, 얼른 들어가자."
진윤은 매너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네 자리 내가 남겨놨어."
윤선미는 연수민과 진윤의 가운데 앉았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모두 눈빛이 이상해졌다.
겁이 많은 애들은 속닥거렸고 겁 없는 애들은 바로 입을 열었다.
"윤선미, 네가 입은 옷이 올해 봄 시즌 신상인데 많이 비싸지 않아? 누가 사줬어?"
윤선미는 나른한 목소리로 서서히 말했다.
"집안 어른이 사줬어."
도민서가 나중에 또 많이 사줬었다.
그 사람은 콧방귀를 뀌었다.
'어른은 무슨, 하긴, 늙은이 스폰서도 어른이긴 하지.'
"시골에 있는 네 할머니가 너한테 돈을..."
"그만 얘기하고 먼저 음식 올리라고 하자."
진윤이 경고하며 노려보자 그들은 진윤을 건드릴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
음식이 올라오자 그들은 모두 인스타 사진을 찍느라, 친구한테 자랑하느라 윤선미한테 관심 가지지 않았다.
연수민은 윤선미한테 음료를 부어주었다.
"네가 해성 병원 실습 자격을 가져서 질투하는 거야."
"고마워."
윤선미가 컵을 들고 말했다.
"네 할머니가 아프다면서, 돈 필요해? 나한테 적금 있는데 먼저 빌려줄 수 있어."
연수민은 윤선미 앞에서 계속 좋은 사람인 척했기에 다른 사람이 보기엔 두 사람의 사이가 괜찮아 보였다.
"괜찮아, 해결할 수 있어."
그녀는 조용히 음식을 먹고 또 음료를 마셨다. 연수민은 계속 주제를 꺼내며 그녀한테 음료를 따라주었다.
윤선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음료 안에 있는 알코올 향이 아주 약했고 다른 이상한 걸 넣지 않았기에 맛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두 잔 마시고 나서 얼굴이 뜨거워 났고 머리도 어지러워 났다. 윤선미는 머리를 흔들며 연수민한테 말했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그래, 화장실 옆에 있어."
연수민은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윤선미가 후각이 아주 영민하고 또 그녀가 똑똑해서 절대 약을 타는 그런 수단을 쓰지 않았다.
윤선미는 비틀거리며 나갔고 다리가 나른해져서 하는 수 없이 복도 벽에 기대 휴식했다. 스웨터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이름을 보니 "여보" 라고 쓰여 있었고 그녀는 머리가 멍해져서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
소리가 아주 나른한 게 마치 함부로 대해도 되는 고양이 같았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남자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옆에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모임은 어떻게 됐어?"
곽동우가 담담하게 물었다.
"나... 나 집에 갈래, 못 걷겠어."
그녀는 손으로 볼을 만지작거렸고 혀까지 꼬였다. 몸이 가벼운 게 말도 평소처럼 존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취한 걸 알았고 떠나고 싶었고 화장실에 간다는 건 모두 거짓이었다.
"선미야, 너 취했어?"
"음료가... 취하게 하네."
그녀는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기다려, 내가 데리러 갈게."
윤선미는 먹이를 조아리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휴대폰을 잡고 구석에 쪼그리고 있었는데 아주 불쌍하고 귀여웠다. 곽동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미야, 너 왜 여기 있어?"
뒤에서 진윤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렸고 그는 강제로 윤선미의 팔을 잡았다.
"가서 휴식하자, 내가 옆에 방 잡았어."
"싫어."
윤선미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진윤은 그녀를 품에 안아버렸다.
"말 들어, 오늘 밤이 지나면 넌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진윤! 이건 범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