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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미간을 누르고 있던 하도훈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 가희는 그의 앞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가희야?” 하도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도훈 오빠, 아직도 안 자?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하도훈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 자리에 선 채 앞에 있는 가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밤 그는 정말 그쪽으로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방문을 밀고 들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의 바다같이 깊은 눈빛이 그녀에게 떨어진 채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야지.” 가희의 손은 치마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럼 난...” “돌아가.” 하도훈은 무표정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가희는 그를 올려다보며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도훈의 시선은 곧 앞의 컴퓨터로 옮겨졌다. “해야 할 일이 남았어.” 가희의 머릿속에서 이 목소리는 고장 난 축음기처럼 ‘자야지’라는 말과 ‘해야 할 일이 남았어’라는 말을 연결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재에 서서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도훈은 그녀의 움직임과 숨결을 무시하고 손가락으로 키보드만 두드렸다. “언니가...” 가희는 오늘 밤 그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도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인내심이 다 한 듯 숨을 죽이고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한마디 뱉었다. “돌아가.” 가희는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그의 앞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도훈은 그녀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숙한 자세를 취했다. 시간이 한참이 흐른 후에야 가희는 비로소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두 손을 다리 앞 잠옷 치마에 올려놓더니 눈을 내리깔고 가볍게 알겠다고 대답한 후 그의 서재에서 조용히 나갔다. 그리고 하도훈은 그녀가 서재를 나간 후 옆에서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시선은 계속 스크린에 떨어졌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가희는 불을 켜지 않고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끌어안고 눈을 꼭 감았다. 자존심이 상한 지 한참 지난 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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