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방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의사， 하도훈과 진기천은 모두 엄숙한 표정이었고 병상의 진이나만이 눈물을 글썽이며 절망하고 있었다. 그때 의사가 말했다. “우리도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요. 이번 위기는 지나갔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환자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골수 이식을 서두르거나 아이의 제대혈을 채취해야 합니다.” 하도훈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의사에게 말했다. “알았으니 나가보세요.” 의사는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병실에서 걸어 나왔다. 가희는 입구에 서서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가희의 목소리를 들은 하도훈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가희도 그를 힐끗 보았지만 병실에서는 그녀가 방금 한 말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희는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짐나 그녀가 막 언니의 병상에 들어서는 순간, 고희숙은 갑자기 가희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가희야, 언니를 살려줘!” 가희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하도훈은 옆에 서서 고희숙의 이런 행동을 차갑게 지켜보았다. 고희숙은 딸이 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가희 옷을 잡고 애원했다. “네 언니는 기다릴 수 없어, 차라리 네가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 시험관이 고통스럽다는 건 알지만,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야.” 진이나가 입을 열었다. “엄마, 뭐라고요? 가희는 나의 부속품이 아니에요, 가희한테 그러면 안 돼요!” 하지만 고희숙은 더는 신경 쓸 수 없었고 이 아이가 나타나기만 바랐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는데 아이의 제대혈도 가능하대. 부탁할게, 가희야!” 고희숙의 말에 가희는 갑자기 휘청거렸다. 가희는 고희숙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진이나가 또 입을 열었다. “엄마, 이건 내 목숨이에요. 가희한테 강요하면 안 돼요. 가희가 몇 살인데 시험관 아기를 가지라는 거예요?” 천 바늘이 넘는 시험관은 송곳으로 뼈를 찌르는 아픔을 느낀다. 고희숙은 울면서 말했다. “하지만 인제 와서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