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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미안해요, 이모, 제가 이모 힘들게 했어요." 심자영은 고개를 떨구고 속상해했다. 추영자는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며 심자영의 자책하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모가 못나서 네가 억울하게 됐어." 전에 추영자와 주성호도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주성호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언니가 돌아가고 나서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고, 그들의 만든 기업도 문제가 생기자 그때부터 주성호는 점점 그녀를 차갑게 대했다. 언니와 형부가 남긴 사업을 지키고 심자영을 키우기 위해 추영자는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주씨 가문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4년 전, 주성호가 장미숙 모녀를 데려왔다. 자신과 비슷한 얼굴을 보며 추영자는 그제야 주성호가 자신을 첫사랑의 대신이라고 생각해서 결혼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씨 가문에서의 그녀의 생활은 장미숙이 온 후로 더 힘들어졌다. 추영자는 씁쓸함을 누르며 조심스럽게 심자영의 상처를 붕대로 감아주었다. "손 다쳤는데 계속 그림 그릴 수 있겠어?" 심자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미소를 지었다. "이모, 걱정 마요, 준비 거의 다 돼가요, 유명한 화가가 돼서 전국적으로 전시회를 여는 게 엄마 유언이었잖아요, 꼭 해낼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추영자는 잠깐 망설였다. "주경훈한테 출국한다고 말했어?" 심자영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 추영자는 약을 거두고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그동안 네 오빠가 널 키웠잖아, 기회 봐서 말해." "네." 심자영이 나지막하게 답했다. 추영자는 약상자를 들고나갔다. 심자영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문을 열었는데, 마침 방에 들어오려던 주경민과 그의 옆에 있는 강유리를 보았다. 주경민은 그녀의 손에 감긴 붕대를 보고 멈칫했다. "다쳤어?" 주경민이 무의식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검사하려고 했다. 심자영은 재빨리 손을 뒤로 숨기고 주경민의 터치를 피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심자영은 감히 주경민을 쳐다보지 못하고 가볍게 말했다. "괜찮아." 강유리도 방금 손에 붕대를 감았었기에, 그녀는 심자영을 보며 눈알을 굴리더니 일부러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자영아, 설마 네 오빠 관심 사려고 나 따라 하는 거야?" 주경민은 낯빛이 어두워졌고 심자영을 실망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너무 많이 실망해서였을까, 심자영은 서서히 마음이 아픈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설명하지 않았고 더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주경민이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심자영은 씁쓸함을 누르고는 고개를 들어 주경민을 바라보았다. "오빠, 나 방 옮기고..." 강유리가 갑자기 한 발 다가오더니 주경민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 "민아, 나 너랑 가까이 있고 싶어, 위층으로 옮겨도 돼?" 별장에 와서부터 심자영과 주경민이 따로 3층에 살았다. 그녀의 방은 주경민이 직접 사람을 구해서 인테리어 한 것이었고, 별장에서 빛이 제일 잘 들어오는 곳이었고 제일 큰 안방이었다. 주경민의 방은 바로 그녀의 안방 옆에 있었다. 주경민이 그녀를 잘 보살피기 위해 특별히 고른 거였다. 이젠 그녀가 그 방을 별장의 진짜 미래의 여주인한테 양보해야 했다. "남은 방이 너무 작아, 네가 살기에 불편할 것 같아." 주경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러 그녀가 들으라고 하는 건가? 그녀가 눈치를 챙겨서 빨리 자기 약혼녀한테 방을 양보하라는 건가? 심자영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정말 씁쓸했다. "오빠, 나 아래층에 가서 살고 싶어." 두 사람은 그녀가 갑자기 그렇게 말할 줄 몰랐다. 강유리는 뿌듯해했지만 주경민이 미간을 더 세게 찌푸린 걸 보고는 그가 거절할까 봐 얼른 말했다. "진짜야? 자영아, 그럼 나 네 방에서 살아도 돼?" "응." 심자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저 주씨 저택에서 얹혀사는 양녀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방을 분배하는데 간섭하겠어? 주경민은 그녀가 조용히 침묵하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해 났고, 다가가 뭐라고 하려는데 강유리가 그를 막아 세웠다. "민아, 오빠라는 사람이 참. 자영이도 이제 컸어, 우린 곧 약혼할 거고, 이렇게 가까이 살면 분명 어색할 거야, 진작에 자영이 방 바꿔줘야 했어." 강유리가 그를 탓하면서 말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심자영을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자영아." 심자영은 우쭐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경민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그녀를 힐끗 보았다. "마음대로 해."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심자영이 감정을 추스르고 떠나려고 하는데 강유리가 그녀의 앞을 막았다. "자영아, 네가 먼저 방 바꾸겠다고 해서 정말 좋아. 민이가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었거든, 나랑 민이가 가끔 커플끼리 즐겨야 할 때도 있잖아, 네가 옆에 있으면 불편하거든." 강유리는 부끄러워하며 웃었지만 눈빛에는 도발이 가득했다. 심자영은 갑자기 아주 힘든 것 같았다. 어떤 감정이 가슴에서 빠져나간 것 같았고 더는 기뻐지지 않았다. ... 심자영이 졸업하기까지 반년이 남았다. 어젯밤에 그녀가 이모랑 약속하고 나서, 추영자가 오늘 아침 일찍 학교한테 미리 말해두었다. 그녀는 학교에 도착해서 아주 순조롭게 절차를 밟았다. 아직 시간이 일렀기에 그녀는 친구를 만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오늘 일이 있다고 해서 내일 만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온 심자영은 하인들이 아래위로 열심히 물건을 옮기는 걸 보았다. 강유리는 여주인 행세를 하며 하인들한테 빨리 옮기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하인들이 물건을 들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심자영이 문 앞에 서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라 했고 당황 해했다. "아, 아가씨." 강유리는 그제야 심자영이 온 걸 보았고 하인들한테 계속 옮기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다가가 다정하게 심자영의 팔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왔어? 자영아, 네 허락 없이 먼저 옮겼어, 화 낼 거 아니지?" 심자영은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 하인을 바라보았다. 그 하인은 강유리의 사인을 받고는 계속 물건을 옮겼는데, 순간 그녀는 마음이 씁쓸해났다. 전에 주경민이 그녀를 많이 아꼈었기에, 그녀의 허락 없이 주성호도 그녀의 방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강유리는 말 한마디 없이도 함부로 그녀의 물건을 건드릴 수 있었다. 주경민은 정말 강유리를 뼛속까지 편애했다. "응, 언젠간 옮겨야 하니까." 심자영은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강유리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불만에 찬 듯했지만 자랑하는 말투로 말했다. "다 민이 때문이야, 내가 급하게 옮기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날 보고 싶대. 아주 네 마음은 전혀 신경 안 쓰잖아, 그래도 명색이 네 오빠인데, 진짜 너무 안 다정하잖아." 그 다정함을 다 너한테 줬으니까. 그가 한 시도 기다릴 수 없는 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심자영은 비웃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손을 뿌리치고 묵묵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옮긴 물건들은 1층 복도 끝, 빛이 잘 안 들어오는 그 작은 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누가 이 방에 살라고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곧 떠날 거기 때문이었다. 심자영은 자신의 물건을 모두 정리했고, 그동안 주경민이 자신한테 선물한 물건을 따로 정리해서 옆에 있는 창고로 옮겼다. 그녀가 가면 이모가 이 물건들을 모두 주경민한테 돌려줄 것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와 주경민한테 더는 미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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